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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에서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고개만 끄덕인 유언은 과연 효력이 있을까?
법원은 “유언은 방식이 생명이며, 이를 갖추지 못하면 그 내용이 실제 의사와 같더라도 효력은 없다”고 본다. 공증 변호사와 증인이 참여했더라도, 유언자가 ‘말’로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지 못했다면 그 유언장은 무효다.
사례: ‘모든 재산을 C남에게’… 고개만 끄덕인 유언
어릴 적 고아로 자라 성실함 하나로 사업가로 성장한 A씨(80). 팔순잔치 자리에서 갑자기 쓰러져 의식이 흐릿해진 A씨 옆으로 아들 C씨는 공증변호사와 사무원, 친구 2명을 데려와 “모든 재산은 C씨에게 준다”는 유언 절차를 강행했다.
공증변호사가 취지를 말하며 “맞습니까?”라고 묻자, A씨는 고개만 끄덕였다. 2시간 뒤 A씨는 사망했다. 과연 이 유언은 효력을 가질까?
A씨가 남겼다고 주장되는 유언은 유언의 핵심요건인 ‘유언 취지의 구수(口授)’, 즉 말로서 자신의 유언 내용을 진술하는 행위 가 결여되어 있다.
민법에서는 공정증서유언(민법 1068조)을 정하고 있다. 즉 유언자가 말로 유언 내용을 진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증인이 필기하고 유언자와 증인이 그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을 뿐, 이것이 법이 요구하는 ‘구수’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도 “고개 끄덕임이나 ‘음’, ‘어’ 같은 단답형 반응만으로는 구수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2005다57899)고 판시했다.
따라서 해당 유언장은 무효이며, 자녀들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받게 된다.
왜 고개 끄덕임은 안 될까? ― 유언은 ‘방식’이 생명
민법은 유언 방법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는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상속 분쟁을 막기 위한 장치다. 따라서 유언은 ▲자필증서 ▲녹음유언 ▲공정증서유언 ▲비밀증서유언 ▲구수증서유언 이 중 어느 방식이든 법정요건을 모두 갖추지 않으면 무효다.
따라서 “정신이 희미한 A씨가 말이 아닌 동작으로 의사를 표현했다”는 사정은 유효성 판단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급박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구수증서 유언(민법 1070조)도 요건은 동일하다.
반드시 유언자가 말로 유언 취지를 진술해야 한다. 단순한 허락, 끄덕임, 짧은 반응은 인정되지 않는다. 위 사례에는 “유언이 명백히 본인의 진의임을 특별히 인정할 사정”도 없다. 따라서 구수증서 역시 성립할 수 없다.
유언이 무효이므로 A씨의 재산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3남 1녀 모두에게 균등하게 분배된다. 다만 생전 사업체를 이끌며 재산 유지·증가에 기여한 막내 B씨에게는 민법 제1008조의2에 따른 기여분이 인정될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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