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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주] 지난 21대 국회에서 총 2만5857건 법안이 발의됐고 이중 9478건이 처리됐다. 그러나 전체 법안의 2/3에 달하는 나머지 1만6379건 법안은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발의 건수 폐기 건수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주화 이후 유래 없이 극심했던 여·야 간 대립이 이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22대 국회에서도 여·야 간 정쟁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률닷컴에서는 [어! 이 법안!]을 통해 이런 정치적 쟁점이 되는 법안은 물론 이런 법안들에 묻혀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주목이 필요한 다른 법안들도 살펴보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제주)도민 30만을 다 희생시켜도 좋다”
제주 4.3당시 제주도민을 모두 죽일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4.3사건 학살 책임자’로 평가받는 故 박진경 대령이 국가유공자에 등록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국가유공자 등록은 박 대령의 손자가 박 대령이 한국전쟁 당시 받은 을지무공훈장을 바탕으로 신청해 지난해 11월 지정된 것이다.
박 대령은 4.3 사건 당시인 지난 1948년 5월6일 제9연대장으로 부임해 한 달 반 만에 6000여 명을 체포 및 학살하고 같은 해 6월1일 대령으로 초고속 진급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박 대령이 부임 한지 한 달 반 정도 되는 단기간에 강경진압을 하면 얼마나 했겠냐’며 박 대령의 만행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박 대령이 진급 축하연에서 그의 제주 작전으로 반감을 가지던 부하들에게 총격 당해 사망한 사실에 비춰보면 실제로 당시 그의 체포 작전이 무차별적이고 과시적으로 수행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부하들에게 살해당한 그의 장례는 ‘창군의 영웅’이라는 명분으로 육군장 제1호로 치러진 뒤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긴 했지만 이후에는 그의 강경진압이 제주도민의 반감을 키우며 4.3사건의 장기화와 피해를 증폭시켰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오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현 정부에서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자 피해 당사자인 제주지역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관련 방지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이번 사례가 서훈 유공자 심사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며 4.3진압 공로가 인정돼 서훈을 받은 사람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실규명이 완료된 사람 등에 대해 서훈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4.3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이번 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 사건 관련해 역사적 논란이 명확한데도 서훈공적 심사 과정이 비공개로 운영돼 사회 검증과 역사적 사실이 반영되지 못한 결과였다며 이번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같은 당 김용만 의원도 지난 21일 학살 등 중대한 인권유린 사건의 가해자를 유공자 지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가보훈부 장관이 부훈심사위원회를 통해 ‘위법적인 폭력, 학살, 의문사 등 중대한 인권유린 사건의 가해자’를 유공자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신설했다.
특히 부칙을 통해 법 시행 전 등록된 자에게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명시하여, 박진경 대령과 같은 기등록 유공자의 자격을 실질적으로 박탈할 수 있게 했다.
또 보훈 심사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보훈심사위원회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과거사위원의 권고가 있을 경우 보훈부 장관이 의무적으로 재심의를 요구하도록 규정했다.
한편 국가보훈부는 당초 이 같은 논란이 터지자 “법절차에 따른 정당한 행정처분”임을 강조했으며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현행 법체계상 국가 유공자 지정 취소는 어렵다”고 까지 말하며 자신들의 결정을 고수 했다.
그러나 이후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 검토를 지시하자 한 달여 만에 신청 절차를 문제 삼고 나섰다.
관련법상 국가유공자 신청은 본인이나 배우자, 자녀, 부모만 가능한데 박진경 대령의 경우 손자가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 지적 이후 국가보훈부는 입장을 바꿔 이번 서훈을 취소시키는 방향으로 나아 갈 것으로 보이지만 ‘손자 신청’이 문제가 돼 국가유공자 등록이 취소된 사례는 아직 없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법률닷컴 윤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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