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개발사업 실시협약이 해지된 이후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새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았다면, 협약에서 정한 손해배상액을 감액 없이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투자심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지방의회 의결을 받은 실시협약의 효력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남원시 모노레일 대주단이 남원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남원시가 약 405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2026. 1. 29 선고 2025다217000)
모노레일 사업 좌초…대출금 회수 못한 금융사들 소송
이번 사건은 남원시와 민간 사업자 A사가 관광지 모노레일 조성 등을 내용으로 한 민간 개발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A사는 금융사들로부터 총 405억 원을 대출받아 모노레일 등 시설물을 준공했다.
그러나 남원시는 특정감사 등을 이유로 시설물 기부채납과 사용·수익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결국 A사는 실시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협약상 남원시는 사업 해지 시 ‘대체 시행자’를 선정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대출을 실행했던 금융사들은 “지자체가 대체 시행자 선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실시협약에 명시된 손해배상 예정 조항에 따라 대출 원리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항소심은 모두 남원시의 책임을 인정했다. 모노레일 시설이 준공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수익 허가를 내주지 않아 개장이 지연됐고, 그 결과 실시협약이 해지됐다는 점에서 남원시의 귀책 사유가 크다고 판단했다.
또 실시협약에는 지자체가 대체 시행자를 선정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조항이 명확히 규정돼 있는 만큼, 남원시는 금융사들에게 대출 원리금 상당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 “투자심사 미이행에도 협약 효력 부정 못 해”
대법원 판단도 하급심과 같았다. 재판부는 “구 지방재정법에 따른 투자심사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방의회 의결을 받은 실시협약의 대외적 효력까지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실시협약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이 금지하는 조건부 기부채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 예정액 역시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해 공정성을 해칠 정도로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감액 사유가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민간 투자 방식으로 추진되는 지역 개발사업에서, 지자체가 실시협약을 일방적으로 무력화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데 제동을 건 결정으로 평가된다.
특히 대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할 수 있는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 대해, 단순히 금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며 계약 목적, 경위,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자본을 유치해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사후적으로 책임을 회피할 경우 막대한 재정 부담을 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향후 유사 분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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