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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중소상인·시민사회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 즉각 중단하라”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26/02/13 [02:27]

노동자·중소상인·시민사회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 즉각 중단하라”

추광규 기자 | 입력 : 2026/02/13 [02:27]

노동자·중소상인·시민사회단체가 정부와 여당이 논의 중인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방침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쿠팡을 제대로 규제하지도 못한 채 대형마트까지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것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골목상권을 붕괴시키는 정책”이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야간노동 확대…과로사 위험 더 커진다”

 

단체들은 새벽배송이 단순히 배송기사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상품을 준비하고 분류하는 매장 노동자들 역시 심야노동으로 내몰리게 되며, 유통업계 전반이 ‘속도 경쟁’과 ‘야간 경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의 ‘자정에서 새벽 5시, 야간노동의 산재사고 블랙타임’ 보고서를 근거로, 초심야 시간(0~5시)에 산업재해가 집중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체 산재 승인 790건 중 81.3%(642건)가 이 시간대에 발생했으며, 심장질환(40.3%)과 뇌심혈관질환(29.9%)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자정과 새벽 5시에 사고가 집중되는 현상도 확인됐다.

 

이들은 “초심야 노동은 생체리듬을 붕괴시키고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구조적 건강 위해 요인”이라며 “새벽배송 확대는 사실상 과로사 위험을 키우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여당 주도로 3차 택배 사회적 합의가 진행 중이지만, 쿠팡이 1·2차 합의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책임 있는 이행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벽배송을 더 확대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무력화하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단체들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거대 유통자본의 속도 경쟁을 규제하고, 무너진 합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또 다른 쿠팡을 만드는 정책은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다크 스토어’ 전환…골목상권 직격탄 우려

 

대형마트의 야간 온라인 배송 제한이 풀릴 경우 전국 400여 개 점포가 사실상 도심 물류센터로 전환되는 효과를 낳는다. 이미 일부 대형마트는 점포 후방 공간을 PP(Picking & Packing)센터로 개조해 온라인 배송을 강화하고 있다.

 

24시간 배송이 가능해질 경우 대형마트와 SSM은 ‘다크 스토어(Dark Store)’로 기능하며, 1~3시간 내 배송이 가능한 퀵커머스 시장에 본격 진입하게 된다.

 

소비자가 동네 상점을 찾는 이유는 ‘지금 당장 필요해서’다. 그런데 대형마트가 막강한 자본력과 소싱 능력을 바탕으로 생필품을 30분~1시간 내 배송한다면 동네 상권의 설 자리는 급격히 좁아진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도심형 물류센터(MFC)가 들어선 지역에서 인근 편의점 매출은 8.4%, SSM 매출은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 유통망을 가진 대형마트까지 가세할 경우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역차별 주장, 논점 흐리기”

 

대형마트 측은 “쿠팡은 24시간 배송이 가능한데 우리만 막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체들은 “대형마트 점포는 오프라인 판매를 전제로 허가받은 시설”이라며 “이를 규제 없이 물류기지로 전용하는 것은 상업지역의 룰을 깨는 불공정 경쟁”이라고 반박했다.

 

익명의 유통업계 관계자 역시 “규제를 풀어도 쿠팡 인프라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단체들은 “대형마트의 실제 타깃은 쿠팡이 아니라 온라인 대응력이 취약한 골목상권”이라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온라인 배송 제한은 이미 법리적으로 정립된 사안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2012년 법제처 유권해석은 의무휴업일에 매장 물품을 반출해 배송하는 행위를 위법으로 판단했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유통질서 확립과 근로자 건강권 보호의 공익성을 인정했다.

 

2018년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은 중소유통업 보호와 근로자 건강권 보장이 정당한 입법목적임을 명확히 했다.

 

단체들은 “의무휴업일 제도는 골목상권 보호와 근로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새벽배송 허용 논의는 그 취지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조치”라고 밝혔다.

 

“지금 필요한 건 속도 경쟁 규제가 아니라 생명 보호”

 

노동자·중소상인·시민사회단체는 공동 의견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당정청이 논의 중인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즉각 중단하고, 쿠팡을 포함한 거대 유통자본의 과속 경쟁을 규제하는 정책을 마련하라. 과로사를 막고 골목상권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이들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지역경제를 희생시키는 정책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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