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산업계에서 핵심 기술 유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관련 판결 경향이 엄중해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등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사례에 법원이 실형 선고와 별개 범죄 인정 등을 통해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이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2부 (재판장 김병만)는 전날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국내 대기업 및 중견기업 전·현직 연구원들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반도체 웨이퍼 연마 (CMP) 공정 관련 국가핵심기술 및 영업비밀을 중국 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주범 A 씨 (59)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하고 공범 4명에게는 징역 6개월~2년에 집행유예 1~3년을 나머지 1명에게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2019년 6월 중국 업체와 CMP 슬러리 제조 사업 동업 약정을 체결한 후 회사 근무 중 내부망 접속을 통해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 연마패드 관련 첨단 기술 자료와 공정도를 열람한 뒤 개인 휴대전화로 촬영해 유출하고 다른 회사 연구원들을 포섭해 중국 업체로 이직시킨 혐의를 받는다.
그는 임원 승진 탈락 후 불만을 품고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해 회사들의 기술 연구개발에 투입된 막대한 노력과 비용을 헛되게 한 점 ▲관련 분야의 건전한 경쟁과 거래 질서를 심각하게 저해해 국가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 점 ▲범행이 적발되지 않았다면 피해 규모가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강하게 지적했다.
다만 중국 측 사업이 성공하지 못한 점과 피고인별 가담 경위 등은 양형의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최근 반도체 분야 기술 유출 판결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최근 2025~2026년 들어 대법원은 영업비밀 침해 행위를 보다 세분화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대법원3부는 삼성전자 전 직원 김 모 씨 등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로 이직하며 18·20나노급 D램 공정 기술 등을 유출해 원심에서 징역 6년과 벌금 2억 원을 받은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영업비밀을 서버에 올려 해외로 유출한 ‘사용’ 행위 외에 공범 간 자료 공유전달 행위도 별도의 ‘누설’ 및 ‘취득’ 범죄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 행위는 취득누설사용이 각각 독립된 범죄 유형”이라며 공모 관계라 하더라도 공범 사이 전달 행위는 제3자에 대한 누설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이전 1,2심이 ‘사용을 위한 수단’이라며 무죄로 본 부분을 뒤집은 것으로, 기술 유출 공모 조직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중요한 선계가 될 전망이다.
유사하게 올해 초 대법원은 카메라 모듈 검사 장비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이즈미디어’ 관련 사건에서도 공범 간 영업 공유를 별도 누설죄로 인정하며 파기환송했다. 이는 “공모 여부와 상관없이 영업비밀 누설 유죄”라는 입장을 명확히 한 사례다.
반면 이렇게 영업비밀 침해 행위를 보다 엄격하게 해석하는 추세와는 다르게 기소율 저하와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여전하다. 최근 5년간 기술 유출 사건 중 기소율은 18.7%에 불과하며, 유죄 인정 시 집행유예 비중이 2025년 기준 51%까지 상승했다. 재계에서는 “피해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추가 유출 위험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6월부터 시행 예정인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으로 산업기술 침해 금지청구권 제도 등이 강화되면서 향후 판결 경향은 더욱 엄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국가 경제안보 찬원에서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실형 선고 확대와 신속한 수사기소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대전지법 판결은 이런 흐름 속에 주범에 실형을 선고한 대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법률닷컴 이재상 기자
#반도체 #기술 #유출 #판결 #경향 #엄중 #중국 <저작권자 ⓒ 법률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