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36주 낙태’ 병원장·집도의 모두 실형…낙태 입법 공백 속 태아 생명권 논란 재점화

이재상 기자 | 기사입력 2026/03/05 [09:56]

‘36주 낙태’ 병원장·집도의 모두 실형…낙태 입법 공백 속 태아 생명권 논란 재점화

이재상 기자 | 입력 : 2026/03/05 [09:56]

임신 36주 산모에게 임신중절 (낙태) 수술을 한 병원장과 집도의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산모 역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 법원 재판 중앙지방법원 중앙지법 판사 고등지방법원 서울고법     ©법률닷컴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이진관 부장판사)는 최근 임신 36주 차 산모를 대상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낙태를 시행한 병원장 윤 모 씨에게 살인 혐의로 징역 6년과 벌금 150만원, 추징금 115,016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집도의 심 모 씨는 징역 4, 산모 권 모 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및 사회봉사 200시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지난 20246월 발생한 것으로, 권 씨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수술 후 태아는 사각포로 덮인 채 냉동고에 보관되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병원장은 진료 기록을 허위 작성하고 사산 증명서를 위조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모든 인간은 헌법상 주체로, 모체에서 갓 태어난 태아에 대한 생명권도 존중돼야 한다. 태어난 이상 하나의 사람으로 존중받아야 하고 누구에게도 살해할 권한은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는 빛 한번 보지 못하고 숨 한번 쉬지 못한 채 차디찬 냉동고에서 사망했다. 피해자가 마주했을 고통과 공포는 짐작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산모에 대해서는 의료진과 순차적·암묵적으로 공모해 태아를 살해했다. 미필적으로 살해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으나,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로 위기 임산부에 대한 사회 구조적·법적 보호 장치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 사건은 2019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형법 제269·270)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7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입법 공백의 단면을 드러낸다. 헌재는 20201231일까지 대체 입법을 요구했으나, 20·21·22대 국회를 거치며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처벌 규정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가 됐다.

 

현재 임신 24주를 초과하는 낙태는 명시적 처벌 규정이 없으나, 이번 재판부는 태아가 모체 밖에서 독립 생존이 가능한 시기를 넘어선 36주에 이른 경우 살인죄를 적용했다. 이는 태아 생명권을 헌법상 보호 가치로 본 판단으로, 낙태죄 공백 속에서도 중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리적 근거를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가 드물지 않게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25년 이후에도 낙태 관련 입법 시도는 산발적으로 이어졌으나, 임신 10주 이상 처벌 조항 신설(조배숙 의원 발의안)부터 완전 폐지론까지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실질적 진전이 없다. 의료계에서는 기준 없는 의료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며, 여성단체 측은 안전한 임신중지 의료 체계와 유산유도제 도입이 지연되면서 여성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판결은 낙태 논란의 핵심 쟁점인 태아 생명권과 여성의 재생산 자기결정권 사이의 균형 문제를 다시 한번 공론화했다. 보건복지부는 20247월 해당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으며, 사건 이후 온라인과 시민사회에서는 입법 미비가 불법·고위험 낙태를 오히려 조장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2025년 말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태아 보호 중심 개정안(임신 10주 이상 낙태 처벌 신설, 낙태 강요죄·유인죄 신설 등)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대로 완전 폐지론자들은 임신중지 약물 합법화와 의료보험 적용을 요구하며 입법 지연을 강하게 비판하는 상황이다.

 

이번 ‘36주 낙태사건 1심 선고는 단순한 개별 범죄 처벌을 넘어, 7년째 방치된 낙태 입법 공백이 초래한 비극적 결과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회는 조속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태아 생명 보호와 여성 건강권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법률닷컴 이재상 기자

 

#낙태 #살인 #실형 #여성 #제왕절개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