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이 사립대 전임교원의 재임용이 반복된 경우, 단순히 계약기간이 끝났다는 형식만으로 근로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이른바 ‘연쇄적 근로관계’ 인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부산고등법원 제2-2민사부(재판장 최희영)는 임금 청구 소송 사건에서 학교법인 C가 원고 A와 B에게 각각 2억1406만4250원, 1억5549만4810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제1심을 일부 변경한 것이다.(2025. 12. 18. 선고 2024나53041)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대학 측이 정년트랙 전임교원들의 기본급을 산정하면서 어떤 취업규칙을 우선 적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재임용이 반복된 교원들에게 기존보다 불리하게 바뀐 연봉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우선 원고들의 기본급 산정에는 일반적인 보수규정보다 정년트랙 전임교원에게 특별히 적용되는 연봉제규정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연봉제규정에서 정한 공무원보수규정 봉급표는 특정 과거 연도가 아니라 당해 연도 공무원보수규정 봉급표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이 자체 봉급표를 기준으로 기본급을 산정해 온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학 측 주장처럼 임의로 특정 연도의 공무원보수규정을 참고하는 정도로 해석할 경우, 사용자가 자의적으로 보수를 동결하거나 삭감할 여지가 생겨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연쇄적 근로관계’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대목이다. 재판부는 사립대 교원의 재임용 관계에서 연쇄적 근로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재임용 시 공백기간 존재 여부 ▲재임용 당시 적용 취업규칙의 변경 여부 ▲재임용 거절 사례의 정도 ▲재임용 심사의 실제 운영 방식 ▲재임용 당시 퇴직금 지급 여부 ▲재임용 전 근무기간을 반영한 근속수당 지급 여부 등을 종합해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경우 신규 임용 이후 별다른 공백 없이 계속 재임용돼 왔고, 재임용 탈락 사례도 극히 적거나 사실상 형식적 수준에 그쳤다고 봤다. 또 재임용 시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았고, 재임용 이전 근무기간까지 포함해 정근수당과 정근수당가산금이 계속 산정된 점 등을 근거로, 원고들과 학교법인 사이에는 최초 임용 시점부터 연쇄적 근로관계가 유지돼 왔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은 곧 대학 측이 2005년과 2007년 개정한 연봉제규정의 효력 문제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개정 규정이 연봉상한제를 도입하고 기본급 기준을 불리하게 바꾸는 등 정년트랙 전임교원들에게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런데도 학교 측이 교원 과반수의 동의나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얻지 않았으므로, 해당 개정 규정은 원고들에게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학 측은 원고들이 재임용 때마다 변경된 근로조건을 받아들여 새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개정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설령 재임용계약에 그러한 취지가 일부 반영돼 있다 하더라도, 무효인 취업규칙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기존 취업규칙이 우선 적용된다는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원고 A의 2018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의 미지급 기본연봉 차액을 2억1406만4250원, 원고 B의 청구 인용액을 1억5549만4810원으로 인정했다. 지연손해금은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21년 12월 8일부터 2025년 12월 18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는 연 12% 비율로 계산해 지급하도록 했다.
이번 판결은 사립대 교원 재임용 제도의 실질을 따져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형식상 재임용 절차가 존재하더라도 실제 운영이 반복적 계약 갱신에 가깝다면, 최초 임용 당시의 유효한 취업규칙이 계속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나아가 대학이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집단적 동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면, 그 불이익 변경은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도 다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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