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한 병원에서 치매 환자의 머리를 무단 삭발한 간병인을 폭행한 50대 여성에게 법원이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요양시설 내 학대와 그에 따른 ‘역폭행’이 반복되는 가운데, 가족 측 폭행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대한 양형이 내려진 사례로 주목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재판장 정순열 판사)은 최근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A(50)씨에게 벌금 1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4년 4월 4일 오후 부산 모 병원에서 자신이 돌보던 80대 어머니를 간병하던 60대 요양보호사 B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가 “머리 감기기 힘들다”는 이유로 A씨 어머니의 머리를 무단으로 삭발하자 A씨는 분노해 “너도 똑같이 잘라줄게”라고 말하며 가위를 들고 B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흔든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가위를 실제로 들이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폭행 사실 자체를 부인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를 고려하면 사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초범인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가위를 실제로 들이대지 않았다는 주장을 참작한 점 등을 양형의 유리한 점으로 참작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요양시설 내 노인학대가 가족의 극단적 분노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역폭행’ 사례로, 최근 고령화 사회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갈등 유형을 보여준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자료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판정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23년 기준 전체 노인학대 중 시설 내 학대 비중이 약 32%에 달하며, 요양보호사에 의한 신체적 폭행·방임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2024~2025년에도 치매 환자 주먹 폭행, 장시간 결박 방치, 휠체어 흔들기 등 중대 사건이 잇따라 보도됐다. 초고령사회 진입(2025년) 이후 인력난과 시설 열악함이 학대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판결 경향은 가해자 신분과 피해 결과에 따라 뚜렷하게 갈린다. 요양보호사 등 시설 종사자가 가해자인 경우 노인복지법 위반(신체적 학대)으로 실형 선고가 잦다.
인천지법 등에서 치매 노인 반복 폭행 사건에 징역 1년 실형과 5년 취업제한을 내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상해·사망 결과 시 폭행치사·업무상과실치사 병과도 가능하나, 단발성·초범이면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시설 전체에 대한 업무정지·지정취소 처분은 법원이 엄격히 제한한다. 최근 여러 행정소송에서 “개인 단발 행위”라며 구청 처분을 취소한 판결이 반복돼 행정처분 패소율이 60%대를 넘는다.
가족·보호자 측 역폭행은 일반 폭행·특수폭행으로 처벌되며, 감정적 항의 과정이라도 유형력이 행사되면 벌금형과 집행유예가 일반적이다. 이번 부산 사건처럼 초범·합의 시 관대하게 양형된다.
전문가들은 “반복적·상습적·중상해 학대에는 실형과 취업제한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단발적 경미 사안이나 시설 전체 처벌은 다른 입소자 불이익을 고려해 신중하다”고 분석한다. 노인복지법상 신체적 학대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지만, 실제 양형은 피해 정도·반성·합의 여부에 크게 좌우된다.
요양시설 학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처벌 강화뿐 아니라 인력 충원, CCTV 의무화 확대, 종사자 정신건강 지원, 예방 교육 강화 등 구조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족의 절박한 분노가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투명한 돌봄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법률닷컴 이재상 기자
#요양병원 #역폭행 #부산 #간병인 #삭발 <저작권자 ⓒ 법률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