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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걸려 알몸으로 외출하는 남편을 저지하다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70대 아내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유지됐다.
서울고법 인천원외 재판부 형사1부 (재판장 정승규 부장)는 10일 살인혐의로 기소된 A 씨 (74)의 항소심에서 1심형과 같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6월23일 인천시 중구 주거지에서 남편 B 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 씨는 치매에 걸린 남편 B 씨가 알몸으로 외출하려 하자 말리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범행이 잔혹하다”고 지적하면서 “일정 부분 고려할 사정이 있다”며 검찰 구형 징역 16년보다 크게 낮아진 실형 6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특히 장기간 치매환자인 피해자를 돌본 부분과 가정폭력을 당해 온 점 등 형법 제51조 (양형의 조건)와 대법원 양형기준을 실질적 감경 사유로 삼았다.
한편 최근 2~3년간 ‘치매 간병살인’ 판결에서 돌봄 공백과 가족 상황 등을 감안해 검찰의 구형보다 낮춰진 형을 선고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은 4년간 간호하던 치매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80대 남편에게 징역 3년을 확정했으며 비슷한 시기 중증 치매 모친을 살해한 아들 사건에서도 검찰 구형보다 낮춰진 형이 선고되는 등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돌봄 한계 도달” 판결로 규정한다. 보건복지부 추계 지난해 고령화로 인한 치매 환자수가 약 100만 명으로 급증하면서 가족 독박 간병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법원은 범행의 객관적 잔혹성(흉기 다수 사용 등)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의 주관적 상황(돌봄 스트레스, 경제적·신체적 한계, 가족 탄원)을 양형에서 적극 반영하는 추세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가족이 치매 환자를 24시간 돌보는 구조 자체가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며 “국가 차원의 돌봄 서비스 확대와 간병살인 예방을 위한 법적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고령화 시대에 치매가 가족을, 가족이 법원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법원은 잔혹한 범행에도 ‘인간적 사정’을 외면하지 않았지만, 근본적 돌봄 공백 해소 없이는 비슷한 비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법률닷컴 윤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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