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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3대를 연쇄 추돌한 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음주 측정기를 가지러 간 사이 도주한 현직 경찰관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2단독 (재판장 심재광)는 최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과 특가법상 도주치상,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남양주경찰서 교통과 소속 A 경위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 사회봉사와 40시간 준법운전강를 명령했다.
A 경위는 지난해 11월 5일 오후 7시께 남양주 호평터널 인근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3중 추돌 사고를 낸 뒤 현장을 이탈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그는 출동한 경찰이 음주 감지기를 가지러 자리를 비운 사이 차를 몰고 사라진 후 약 12시간 뒤 남양주북부경찰서에 자수했다.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측정되지 않았으나, 조사에서 사고 당일 일행과 술을 마신 사실이 확인됐다.
재판 과정에서 A 경위는 “낮에 술을 마신 사실이 떠올라 무서워 도망갔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교통과 근무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하고 측정을 회피하려 한 점 등을 강하게 지적했다. 다만 ▲사고 직후 피해자 상태를 확인하고 배상을 약속한 점 ▲경찰과 구급대원이 도착해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는 동안 현장에 있었던 점 ▲인적사항을 경찰에 미리 알린 점 등을 참작해 사고 후 현장 이탈을 도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집행유예로 선처했다.
A 경위는 판결 직후 “깊이 반성한다”는 짧은 입장만 밝혔을 뿐 추가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검찰은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한편 이 판결은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최근 현직 경찰관 음주운전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 경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해 초까지 1심에서 판결이 확정된 현직 경찰관 음주운전 사건 18건 중 13건(72%)에서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실형 비율은 28%에 그쳤다. 이는 일반 국민 음주운전 사건의 실형 비율(약 45~50%)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거나, 초범에 구체적 반성의 태도가 보일 경우 집행유예 선고가 잇따르고 있다.
법원 내부 관계자는 이런 법원의 판단에 대해 “경찰관이라는 신분이 양형에서 이중적 변수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인보다 공무원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은 가중요소지만, 동시에 ‘사회적 지위와 반성의 정도’를 세밀하게 따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반면 내부 징계는 여전히 엄중하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경찰관 수는 2021년 71명, 2022년 59명, 2023년 72명, 2024~2025년 각각 68명으로 매년 60~7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파면·해임 비율도 높아 ‘법원과 경찰 내부 기준이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학 법학과 교수는 “최근 3년간 음주운전 전체 적발 건수가 줄고 있는 가운데(경찰청 자료, 2024년 11만7041건), 경찰관 사건은 국민 눈높이에서 더 엄중히 다뤄져야 한다”면서도 “법원은 개별 사안의 구체적 정황을 중시하는 헌법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반복되는 경찰관 음주 사건이 국민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양형 기준을 더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한 교통안전단체 관계자는 “경찰이 음주운전을 저지르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모습은 국민에게 ‘솜방망이’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며 “특별양형기준을 도입해 경찰·공무원 음주사건은 원칙적으로 실형을 선고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닷컴 이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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