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빌라왕 사태’로 촉발된 전세사기 피해가 수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정쟁을 내려놓고 피해 구제 입법에 나섰다. 정치권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책임 있는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와 함께, 그동안의 대응 지연에 대한 비판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충남 아산시갑)과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충북 제천시·단양군)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공동대표 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며 여야 공동 입법에 나선 것은 2022년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 이후 약 4년 만이다.
“최소보장·선지급 후정산”…피해 구제 제도화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피해자의 실질적인 회복을 위한 ‘최소보장제’ 도입과 ‘선지급 후정산’ 방식의 보상 체계다.
그동안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경·공매 절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특히 신탁사기 등 복잡한 구조의 사기 사건에서는 사실상 구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개정안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피해자의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승계해 먼저 지원하고 이후 경·공매 등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을 제도화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단순한 재정 투입이 아닌 ‘선제적 자산 유동화 지원’ 방식의 피해 구제 모델로 설명하고 있다.
복기왕 의원은 “빌라왕 사태로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으로 떠오른 지 4년이 지나서야 최소보장과 선지급 후정산 방안이 입법으로 구체화되는 현실이 부끄럽고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여야가 싸울 이유는 없다”며 “정쟁을 멈추고 민생협치로 전세사기 문제 해결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엄태영 의원도 정치권의 책임을 정면으로 언급했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약 75%가 2030 청년 세대”라며 “정치권이 더 이상 책임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 여야 공동 발의를 결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법안이 국회에서 신속히 처리돼 피해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일상을 되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늦은 입법…국회 처리 속도 주목
이번 개정안은 동료 의원들의 공동 발의 절차를 거쳐 3월 중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다만 최소보장 비율과 지원 규모 등 핵심 쟁점은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재정 당국과의 협의 속에 결정될 전망이어서 실제 입법 과정에서 추가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여야 공동 발의가 수년째 이어진 전세사기 피해 문제 해결의 분수령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지연 정치’로 이어질지 국회 처리 과정이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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