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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국의 ‘국민 아빠’라 불리던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 (88)가 50년 전 성폭행 사건이 드러나며 수백억대 손해배상금을 물게 될 처지가 됐다.
미국 LA 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은 23일, 빌 코스비에 대해 1972년 레스토랑 직원 도나 모트싱어를 약물로 의식불명 상태로 만들어 성폭행한 책임을 인정하고 1925만 달러(약 287억 원)의 민사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형사 재판이 아닌 민사 소송이었고, 피해자가 50년 만에 증언한 끝에 얻어낸 승소다. 코스비 측은 즉시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미투 운동 이후 ‘오래된 성범죄’에 대한 미국 사회의 엄격한 태도를 상징하는 판결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똑같은 사건이 벌어진다면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결론부터 말하면 형사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민사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최근 판례 경향을 보면 피해자가 늦게 외상후증후군 (PTSD) 등을 이유로 소송하면 1억~3억 원대 배상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코스비 수준의 ‘천문학적 액수’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금액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왜 한국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형사 처벌이 불가능할까?
한국 형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성인 대상 강간·준강간죄 공소시효는 10년이며 특수강간은 15년이다. 빌 코스비 사건 같은 50년 전 사건이라면 공소시효가 수십 년 전에 이미 끝났다.
13세 미만 아동·장애인 대상 성범죄는 공소시효가 아예 없지만, 성인 피해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2018년 미투 운동이후에도 10~20년 전 사건은 공소시효 때문에 기소되지 않은 사례가 허다했다.
최근 2년 간 법 개정으로 친족·미성년자 성폭력 일부 공소시효가 폐지됐지만, 일반 성인 피해자 50년 전 사건은 여전히 처벌 불가하다. 즉, 한국에서 코스비 같은 ‘50년 전 약물 성폭행’은 형사 재판 자체가 열릴 수가 없다는 뜻이다.
민사 손해배상은 가능
다만 민사 손해배상의 경우는 가능하다. 민사상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이지만 법원은 성범죄 피해자의 특수성을 고려해 ’손해 현실화 시점‘을 유연하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 지난 2019년 의정부지법은 18년 전 초등학생 때 코치 성폭행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성년 후 PTSD 진단받은 날을 기산점으로 보고 1억 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피해자가 당시 피해의 전모를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지난해에도 법원은 친족 성폭행 20년 경과 사건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PTSD 진단일 부터 시효 기산해 3억 원 전액 인정 일실수입, 위자료, 치료비 포함한 3억 원 전액을 인정한 사례가 있으며 같은 해 아동 때 당한 성폭행 피해를 18년 후 제기한 민사소송의 경우도 형사 선임비용까지 포함해 총 1억3807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매체 법률자문단은 “성폭행 피해자는 트라우마로 인해 수십 년이 지나서야 피해를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PTSD 진단서·심리치료 기록만 제대로 제출하면 10년 시효를 넘겨도 승소하는 추세라고 분석한다.
특히 빌 코스비 사건처럼 피해자 증언과 약물 제공 등 당시 상황이 구체적이라면 민사 승소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판결 경향은? “미투 이후 피해자 중심·연예인에게 더 엄격”
2018 미투 운동 이후 연예인·유명인 성범죄 1심 실형률이 급상승했지만 오래된 사건은 형사 대신 민사로 몰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배상액은 피해 정도·가해자 재력·사회적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데, 연예인일 경우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이유로 위자료를 후하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50년 전 사건은 기억의 신빙성 등 증거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처럼 배심원제도가 아닌 한국 법원은 증언의 일관성과 객관적 정황을 꼼꼼히 본기에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빌 코스비와 똑같은 사건이 벌어진다면 형사 처벌은 0%, 민사 배상은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1억~3억 원대가 현실적인 범위다.
미투 운동 8년이 지난 지금, 법원은 “늦게라도 피해를 호소하는 용기”를 점점 더 인정하고 있다. 다만 50년이라는 극단적 장기간은 여전히 증거 확보가 관건이다.
빌 코스비 판결은 미국 사회가 ‘오래된 성범죄’에도 책임을 묻는 신호탄이었다. 한국도 민사 소멸시효를 피해자 중심으로 더 유연하게 해석하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50년 전 피해자도 ‘정의’를 찾을 길이 조금씩 넓어질 전망이다.
법률닷컴 윤재식 기자
#빌코스비 #미투운동 #성폭행 #오래된 #성범죄 <저작권자 ⓒ 법률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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