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혈성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의심된다는 사망진단서만으로는 보험약관상 진단비 지급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부검감정서나 생전 진단기록 등 약관에서 정한 객관적인 증빙이 없는 이상 보험금 지급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단독 지은희 판사는 보험계약자 A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2024가단5505934)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2년 아들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허혈성심장질환 진단 시 5,000만 원을 지급하는 특별약관에 가입했다.
그러나 피보험자인 아들은 2024년 7월 근무지 인근에서 갑작스럽게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이후 검안의는 시체검안서에 직접 사인을 '급성 심근경색(추정)', 그 원인을 '허혈성심장질환(추정)'으로 기재했다.
유족은 사망 전 흉부 압박감과 구토 증상이 있었고, 사후 실시한 트로포닌(Troponin-I)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며 보험약관상 허혈성심장질환 진단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안의 역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80% 이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험사는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요건은 생전 진단 또는 치료 기록이 있거나, 부검감정서를 통해 허혈성심장질환이 사인으로 확정 또는 추정된 경우에 한정된다며 단순한 시체검안서만으로는 지급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보험약관이 허혈성심장질환 진단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심전도, 심장초음파, 관상동맥촬영술, 혈액검사 등 객관적인 검사에 따른 진단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사망으로 이러한 검사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생전 진료기록이나 부검감정서를 통해 사인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검안의가 실시한 사후 트로포닌 검사는 심근 손상 여부를 선별하는 간이검사에 불과해 확정 진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망 후에는 세포의 자연 분해나 심폐소생술 과정 등으로 트로포닌 수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생전 검사 결과와 동일하게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검안의는 부검의가 아니라 단순 검안을 담당한 의사에 해당하는 만큼, 검안 결과만으로 보험약관에서 요구하는 '부검감정서상 사인 확정 또는 추정'을 대신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부검이 실시되지 않은 이상 급성 심근경색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망원인을 둘러싼 분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검을 하지 않아 발생한 증명 부족의 불이익은 유족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후 트로포닌 검사와 시체검안서만으로는 허혈성심장질환이 보험약관상 진단확정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보험사고 발생에 대한 입증이 부족한 만큼 보험금 지급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허혈성심장질환 진단비와 같은 질병보험에서 사망 이후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할 때 사망진단서의 추정 기재만으로는 부족하며, 보험약관에서 정한 객관적 진단자료나 부검감정서가 핵심적인 입증자료라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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