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는 일상복(?)’… 대법원 “하반신 몰래 촬영은 유죄”

이재상 기자 | 기사입력 2021/01/02 [10:27]

‘레깅스는 일상복(?)’… 대법원 “하반신 몰래 촬영은 유죄”

이재상 기자 | 입력 : 2021/01/02 [10:27]

 

 

대법원이 버스 안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몰래 촬영한 남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대법관 이기택)는 지난 12월 24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사건에 대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고 주문했다.

 

피고인 A씨는 2018년 5월 9일 22시 50경 버스를 타고 가다 하차하려고 출입문 앞에 서 있는 B씨의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8초가량 몰래 동영상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피해자 옷차림, 노출 정도, 촬영 의도와 경위, 장소·각도·촬영 거리, 특정 신체 부위 부각 여부 등을 살핀 후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B씨가 당시 엉덩이 위까지 내려오는 다소 헐렁한 어두운 회색 운동복 상의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레깅스 하의를 입었다 ▲A씨는 출입문 맞은편 좌석에 앉아 B씨 뒷모습을 촬영했는데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통상적으로 시야에 비치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했다. ▲엉덩이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하지 않았다”면서 이 같이 판단했다.

 

사건은 항소심에서 일상복처럼 활용되고 있는 레깅스와 관련해 이 같은 취지로 무죄가 선고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즉 버스 안에서 레깅스 바지를 입고 서 있던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피해자 몰래 동영상 촬영한 행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놓고서다.

 

이에 대해 대법원 재판부는 판례를 들면서 “‘성적 자유’는 소극적으로 자기 의사에 반하여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면서 “피해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의사에 의하여 드러낸 신체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촬영하거나 촬영 당하였을 때에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가 레깅스 바지를 입고 있었더라도 이 사건 동영상에 촬영된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한다”면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는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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