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취지(亂而取之) 어지러우면 취한다

이정랑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1/11/12 [11:23]

난이취지(亂而取之) 어지러우면 취한다

이정랑 칼럼니스트 | 입력 : 2021/11/12 [11:23]

 

이 책략은 적이 혼란한 상태를 틈타 적을 공격, 바라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손자병법’ ‘계편’에서 제기하고 있는 ‘궤도 12법’의 하나다.

 

‘난(亂)’이란 먼저 적진의 혼란, 즉 부대의 무절제를 가리킨다. 그리고 작전계획의 혼선, 즉 상부 집단 내부에 혼선이 일어나 사령관이 결심을 못 내리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전자는 흔히 후자의 결과로 나타나며, 후자는 전자의 주요 원인이 된다. ‘취(取)’란 싸워 승리를 거두는 것을 가리키는데, 쉽게 손에 넣는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난이취지’는 기다렸다가 기회를 틈타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복잡한 전쟁터에서는 적군이 내 쪽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와 재물을 약탈하는 따위로 혼란을 조성하거나, 돌연한 기상 변화로 인해 길을 잘못 들어 혼란이 일어나거나, 일시적인 승리에 도취해 경계를 게을리 하는 바람에 혼란이 일거나, 오랫동안 식량 공급이 안 되어서 굶주림과 배고픔에 지쳐 먹을 것을 서로 뺏으려는 혼란이 일어나거나 하는 등등의 혼란이 있을 수 있다.그리고 계략으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고 그 틈을 타서 습격할 수도 있다.

 

진(秦)‧진(晉)의 ‘비수(淝水) 전투’에서 진(晉)의 선봉장 사현(謝玄)은 진(秦) 군대의 대부분이 도중에 수습하거나 새로 모집한 오합지졸이라 내부가 안정되어 있지 못하고 규율도 느슨한데다가 장수가 교만하고 지략이 모자란다는 약점을 알아챘다. 그는 장병을 자극하는 ‘격장술(激將術)’을 써서 비수를 건너 일전을 치르고자 했다.

 

진(秦)의 장수 부견(符堅)은 진(晉)이 비수를 반쯤 건넜을 때 역 진공하려는 속셈으로 후퇴에 나섰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전면에 있던 군대가 철수하기 시작하자 진열이 곧 흩어져 전군이 큰 혼란에 빠졌던 것이다. 게다가 항복해온 진(晉)의 장수 주서(朱序)가 창끝을 돌려 반격을 가하면서 “진군(秦軍)이 패했다! 진군이 패했다!” 하고 고함을 질러대는 통에 뒤쪽의 병사들이 지레 겁을 먹고 도망쳐버렸다.

 

이 틈에 진군(晉軍)은 맹렬한 공격을 가해 대승을 거두었다. ‘말채찍만 던져도 흐르는 강물을 막을 수 있다’는 대규모 병력을 이끌고 전투에 임했던 부견은 이처럼 ‘바람 소리와 학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모두 적병으로 의심하고’, ‘풀과 나무가 모두 적병으로 보인다.’는 ‘풍성학려(風聲鶴唳)‘와 ’초목개병(草木皆兵)‘이라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고사를 남기게 되었다.

 

284년, 연나라 소왕은 악의(樂毅)를 상장군으로 삼아 진(秦)‧위(魏)‧한(韓)‧조(趙)‧초(楚)와 함께 6국 연합군을 이끌고 제(齊)나라 정벌에 나섰다. 연합군은 제수(濟水) 서쪽(지금의 산동성 고당현과 요성현 일대)에서 제군을 무찔렀다.

 

악의는 연나라 군대를 이끌고 곧장 제나라 수도 임치(臨淄)로 쳐들어갔다. 이때 모사 극신(劇辛)이 악의에게 너무 깊숙이 들어가지 말고 변방의 성들을 먼저 점령할 것을 권했다. 이에 대해 악의는 “제나라 민왕(湣王)은 무도한데다가 군이 이미 패했으므로 지금 이 기회를 틈타면 제나라 국민들이 틀림없이 왕에게 반기를 들 것”이라며 자신의 판단을 굽히지 않았다.

 

제나라 민왕이 이미  인심을 잃었고 제나라 군대의 주력이 격파당한 상황이니 국내가 혼란에 빠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악의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수도인 임치를 직접 치면 일거에 제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던 것이다.

 

만약 이 기회를 놓친다면 제나라가 다시 소생할 것이고, 그대는 공격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판단이 선 악의는 극신의 건의를 물리치고 곧장 임치로 쳐들어갔고 임치는 이내 큰 혼란에 빠졌다. 악의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임치를 점령했다. 제나라 민왕은 도주했다. 이상의 두 사실은 모두 ‘난이취지’의 책략을 운용한 좋은 전례들이다.

 

혼란은 안에서 생겨 밖으로 드러난다. 계략으로 적을 혼란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적 내부를 파고들어 물을 휘저어 흐려놓는 것이다.

 

적이 저절로 혼란을 일으키든 아니면 적의 혼란을 유도하든 간에, 지휘관은 전쟁의 상황과 흐름을 민감하게 주시하면서 ‘난이취지’의 책략을 실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적에게 혼란이 생겨도 공격하여 얻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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