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경우에도 지료 지급의무 있을까?

은태라 기자 | 기사입력 2022/01/31 [11:17]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경우에도 지료 지급의무 있을까?

은태라 기자 | 입력 : 2022/01/31 [11:17]

각 가정마다 조상, 부모님 산소를 찾는 민족 대이동 명절이다. 일년에 몇번 찾지 않는 산소, '공동 묘원'에 분묘를 하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 타인이 소유한 토지에 분묘를 한 경우 자칫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이하:법제처) '솔로몬의재판'에 의하면  나씨는 어머니가 1980년 6월 9일에 사망하자 마을 뒷산에 어머니 무덤을 만들어 현재까지 20년 넘게 관리해 왔다. 

 

그런데 이 무덤이 포함된 주변 토지 일대를 왕씨가 2002년경 증여받아 취득했다고 한다. 왕씨는 8년뒤 2010년에서야 자신의 땅에 모르는 이의 무덤이 설치되어 있는걸 발견했다.

 

왕씨는 수소문 끝에 무덤의 연고자가 나씨임을 알게 됐다. 왕씨는 그동안 무료로 남의 땅에 무덤을 설치하고 이용한 나씨에게 201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토지사용 대가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이 경우 나씨는 토지사용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을까?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솔로몬의재판 코너에 수록된 판결 삽화

 

법제처 '솔로몬의 재판'에 의하면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은 분묘(시신을 매장한 형태에 따라 흙을 높이 쌓은 것을 분이라고 하고, 평평한 부분을 묘라고 하여, 이 두 글자를 합친 말)를 설치해서, 이를 보존하고 제사를 지낼 수 있는 권리, 즉 분묘가 설치된 토지를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사회의 발전과 장례 문화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을 관습법상의 권리로 인정하여 오다가 2007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습법이 아닌 성문의 법률로 2001년 1월 13일 이후에 설치하는 분묘에 대해서는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권 또는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됐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를 분묘의 보존과 봉사의 범위 내에서 이용하는 권리이므로, 필연적으로 토지 소유자의 권리 행사와 충돌하게 된다.

 

위 사례는 관습법에 의해 인정되는 분묘기지권을 계속하여 20년 이상 장기간 지료(地料)의 수수나 청구조차 없이 점유하여 시효로 취득한 경우,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토지의 이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에 설치된 분묘를 소유하기 위하여 그 분묘기지에 해당하는 타인 소유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로서 관습법상 물권으로 인정됩니다.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인정되고, 봉분 등 외부에서 분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으면 등기 없이도 성립(대법원 1962. 4. 26. 선고 4294민상1451 판결, 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다14036 판결 등 참조). 또한, 이미 분묘기지권이 미치는 범위 내라 하더라도 새로운 분묘를 설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다28367 판결 등 참조).

 

타인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게 된다(대법원 1955. 9. 29. 선고 4288민상210 판결,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다63017, 63024 판결 등 참조. 이하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분묘기지권을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라 한다).

 

이런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에 따르면, 그 시행일인 2001. 1. 13. 후에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의 연고자는 토지 소유자 등에게 토지 사용권이나 그 밖에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제27조 제3항, 부칙 제2조. 이하 ‘장사법’). 즉, 장사법 시행일 후에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에 대해서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위 사례처럼 장사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한 분묘에 관하여도 장사법 시행일 후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불가능한지에 대해,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오랜 기간 지속 되어온 관행 또는 관습으로서 여전히 법적 규범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즉,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여 온 관습법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

 

또한, 분묘기지권을 시효 취득한 사람이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고 솔로몬의 재판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장사법 시행일(2001. 1. 13.) 이전에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다음 20년간 평온 · 공연하게 분묘의 기지를 점유함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더라도,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1)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하더라도 그 점유의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추정되지 않고(대법원 1991. 3. 12. 선고 90다17507 판결 등 참조), 분묘기지권자가 시효의 완성으로 취득하는 권리도 토지 소유권이 아니라 단지 지상권과 유사하게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제한물권에 불과하다(대법원 1969. 1. 28. 선고 68다1927, 1928 판결 등 참조). 그런데도 분묘기지권은 분묘가 존속하고 분묘 수호와 봉제사가 계속되는 한 소멸하지 않으므로, 토지 소유자의 분묘기지에 대한 소유권 행사가 사실상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고, 토지 소유자는 분묘로 인해 그 기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으로 인정되어 온 역사적·사회적 배경, 분묘를 둘러싸고 형성된 기존의 사실관계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 관습법상 권리로서의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조리(條理)와 신의성실의 원칙 및 부동산의 계속적 용익관계에 관해 민법상 지료증감청구권 규정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여 온 관습법의 취지를 존중하고, 분묘의 존속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면서도 토지 소유자의 일방적 희생을 막고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유재산권도 보호하여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과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나씨는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20년간 평온 · 공연하게 분묘기지를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에도, 조리(條理)나 신의성실의 원칙상 토지 소유자인 왕씨가 토지 사용료를 청구하면 그때부터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법률닷컴  은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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