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이격(半渡而擊) 강을 다 건너기 전에 공격한다

이정랑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2/02/22 [14:23]

반도이격(半渡而擊) 강을 다 건너기 전에 공격한다

이정랑 칼럼니스트 | 입력 : 2022/02/22 [14:23]

 

적이 강을 건너올 때는 강을 다 건너기 전에 공격을 가해야 한다. ‘반도이격’이란 바로 그런 뜻이다. 다시 말해 완전히 물을 건너 정돈을 마치기 전에 공격하라는 것이다. 이때는 적의 앞뒤가 미처 정리가 안 되어 있어 행렬이 어지럽기에 공격에 유리하다. 이 전략은 쌍방이 물을 사이에 두고 싸우던 고대 전쟁에서 흔히 사용하던 것이다.

 

‘손자병법’ ‘행군편(行軍篇)’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적이 물을 건너 공격해오면 물가에서 공격하지 말고 반쯤 건너게 한 다음에 공격하는 것이 유리하다.

 

주(周)나라 경왕(敬王) 14년인 기원전 506년, 채(蔡)의 소후(昭侯)는 진(晉)을 구원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심(沈)을 정벌하려했다. 그런데 오히려 공격을 받아 오(吳)에 구원을 요청하게 되었다. 

 

오나라의 왕 합려는 손자를 장군으로 오자서와 백비(白嚭)를 부장으로, 공자 산(山-합려의 아들)을 선봉으로 삼고 삼군 전체를 동원하여 당(唐)‧채와 연합해서 초나라 정벌에 나섰다. 오군은 백거(柏擧-지금의 호북성 한천 이북)에서 초군을 물리친 후 승기를 몰아 청발수(淸發水-지금의 호북성 육서의 운수)까지 초군을 추격했다. 합려가 총공격을 명령하려 할 때 동생 부개(夫槪)가 이를 말렸다.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무는 법입니다. 하물며 사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는 ‘반쯤 건너게 한 다음 공격하는 것이 좋다’는 ‘반도이격’을 건의했다. 합려도 동의했다. 오군은 초군의 일부가 물을 건너고 나머지는 아직 건너지 못하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공격을 가하여 초군을 대파했다. 그리고 다시 옹서(雍澨-호북성 경산 서남)까지 추격하여 초의 원군을 무찌른 다음, 마침내 11월 29일 초나라 수도 영성(郢城)을 점령했다. 이는 역사상 비교적 오래된 ‘반도이격’의 사례다.

 

군사 전략은 사회‧전쟁‧사유의 발전에 따라 발전한다. 춘추시대 이전의 용병 작전에서 보이는 이른바 ‘군자는 두 번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등과 같은 ‘인의(仁義)’를 강조하는 인식들이 춘추시대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주나라 양왕(襄王) 14년인 기원전 638년, 송‧초의 홍수(泓水-지금의 하남성 상구현과 자성현 사이) 전투에서 ‘반도이격’을 무시하여 스스로 패배를 불러들인 송나라 양공(襄公)의 어리석은 인의(仁義) 도덕이 바로 이런 영향력의 좋은 본보기였다. 당시 송나라 양공은 초군을 국경 근처에서 맞아 싸우려고 홍수 이북에 주둔하며 초군이 오기를 기다렸다.

 

11월 1일, 초군은 홍수 남안에 이르러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송의 대사마 공손고(公孫固)는 초군에 비교해 수적으로 크게 열세인 것을 직시하고, 초군이 강을 반쯤 건넜을 때 공격하는 ‘반도이격’의 전법을 건의했다.

 

그러나 양공은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우리 군대는 인의를 중시하는 군대인데 어찌 상대가 위험할 때 공격하여 요행을 바랄 수 있겠느냐며 공손고의 건의를 물리쳤다. 초군은 조용히 홍수를 건너 포진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공자 목이(目夷)가 초군의 전열이 완전히 정비되기 전에 공격하자고 권했다.

 

송 양공은 또다시 거절했다. 결과는 송의 대패로 끝났고, 송 양공은 중상을 입고 이듬해 여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는 죽으면서도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우치지 못했다. 이러한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되었다.

 

군대가 물을 미처 다 건너지 못한 상황이면 대오가 흩어져 있어 전체 전투력이 결집 될 수 없다. 이때 공격을 받으면 대개가 버티기 힘들다. ‘오자병법’ ‘요적(料敵)’에서, 무후(武侯)가 반드시 적을 공격해야 할 때가 언제냐고 묻자 오기는 ‘물을 반쯤 건너왔을 때 공격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백전기법’ ‘수전(水戰)’에서는 “만일 적이 강을 건너 도전해오면 적의 반이 건너왔을 때를 살펴 공격하면 유리하다”고 말하고 있다. ‘반도이격’은 특정한 조건하에서 승리를 낚아챌 수 있는, 소홀히 할 수 없는 책략이 되었다. 

 

현대적 조건하에서는 작전 방식이 지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따라서 ‘반도이격’에도 새로운 요소가 많이 첨가되었고 제약도 많아졌다. 예를 들어 ‘도하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는 먼저 도하 할 장소의 상황을 정찰하여 장애물을 깨끗이 소탕하거나, ‘성동격서’의 전략으로 가짜 도하 지역을 만들어 도하 때 예상되는 적의 공격을 피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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