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방용전(怯防勇戰) '겁으로 막고 용기로 싸운다'

이정랑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2/05/26 [15:55]

겁방용전(怯防勇戰) '겁으로 막고 용기로 싸운다'

이정랑 칼럼니스트 | 입력 : 2022/05/26 [15:55]

 

‘손자병법’ ‘세편(勢篇)’에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보이는데 다분히, 철학적이다.

 

혼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스려진 데에서 나온 것이며,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참된 용기에서 나온 것이며, 약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강한 데서 나온 것이다.

 

손자는 용감한 소질을 갖추려면 겁먹고 약한 마음으로 적을 막고. 현명하고 용기 있는 기세로 적을 공격할 것을 강조한다. ‘병경백자’ ‘근자(謹字)’에도 다음과 같은 대목이 보인다.

 

용병에 ‧‧‧‧‧‧위태롭지 않은 때가 없으니 늘 삼가야 한다. 군영에 들어가서는 정찰하듯 하며, 국경을 나서면 엄숙한 태도를, 취하고 외교(교섭)에 임하면 손에 넣는 것이 해가 없는지 조사하며, 험준한 산이나 숲을 지날 때는 반드시 첩자가 있는지 수색해야 하며, 적의 음모가 있지 않나 헤아리고, 내 쪽에서 여유 있는 계략을 세워야 한다.

 

‘겁을 먹고 방어한다’는 ‘겁방(怯防)’은 적을 두려워한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적을 방어할 때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전투 과정에서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언제든지 삼가고 신중해야 한다. ‘용감하게 싸운다’는 ‘용전(勇戰)’은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필승의 신념과 두려움 없는 기개로 용감하게 적과 싸워야 한다는 말이다.

 

남조 양나라 무제 때인 503년의 일이다. 남양의 태수 풍도근(馮道根)은 북조 동위(東魏)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변방의 중요한 군사 기지인 부릉(阜陵)에 주둔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사람들을 동원하여 전쟁 준비를 진행 시켰다. 성을 단단히 수리하는 한편 사람을 보내 적의 상황을 정찰하게 하는 등, 정작 적이 진짜로 쳐들어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아무 일도 안 할 사람처럼 지나치게 철저한 대비를 했다. 사람들은 그가 적을 너무 두려워한다며 비웃었다. 풍도근은 모두에게 이것이 바로 ‘겁방용전’의 이치라며 전쟁 준비를 계속 시켰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부릉성의 수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동위의 장수 당법종(黨法宗)이 군사 2만을 이끌고 쳐들어왔다. 이에 성안의 많은 사람이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며 부릉성을 못 지키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그러나 풍도근은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고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적이 표면적으로는 사기가 왕성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만 믿고 무조건 공격만 하려 들며 수비 태세가 안 되어 있기에 역공하면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풍도근은 2백 명의 용감한 정예군을 뽑아 위군이 미처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갑자기 성을 나와 적진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불의의 습격을 받은 위군은 순간적으로 큰 혼란이 벌어져 싸우지도 못하고 무너졌다. 용감한 부릉 군민과 뛰어난 지휘력을 가진 풍도근을 보고 겁에 질린 당법종은 잔병을 수습해 퇴각했다.

 

방어는 튼튼하게 하는 데 힘을 써야 하며, 공격은 허점을 찾아야 한다. 튼튼하게 힘을 기울여 먼저 자신을 패할 수 없는 자리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두려움 없는 정신과 지혜로운 담력으로 물질적 역량의 차이를 메운다. 그래야 적의 허점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적에 대한 방비를 충분히 해놓지 않고 적을 깔보는 것은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투의 함성이 이미 울려 퍼졌는데도 지나치게 적을 헤아리고 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예로부터 방비 없이 승리를 거두려는 군대 안에는 ‘모험’으로 성공을 기도하는 장수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모험은 도박이나 투기와 다를 바가 없다.

 

‘겁방’과 ‘용전’은 상반되지만 서로 어울려야 제힘을 발휘할 수 있는 두 측면이다. ‘겁방’이 있어야만 적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적의 행동을 깊게 연구하고 파악해야만 적을 꺾고 승리하는 굳센 자신감과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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