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OB베어 '강제집행' 그 후 '길거리 음악회'...갈등 여전

은태라 기자 | 기사입력 2022/06/05 [13:11]

을지OB베어 '강제집행' 그 후 '길거리 음악회'...갈등 여전

은태라 기자 | 입력 : 2022/06/05 [13:11]

   을지OB베어 앞에서 열린 길거리 음악회 (사진=은태라 기자)

 
 
노상에서 펼쳐지는 음악회를 본게 언제만인가. 통기타는 그 자체로 진리다. 싱어를 빙 둘러선 사람들은 몸을 흔들며 흥겹다. 또 어떤 이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분위기를 만들고 흥겨운 음악과는 다른 소리가 나온다. 을지OB베어와 함께하는 음악회에서였다.  
 
"강제집행이 끝이 아니다. 건물주 만선호프는 을지오비베어와 상생하라" , "조물주 위에 건물주 만선호프. 노가리 골목 독점을 중단하라" 
 
이는 음악회 한켠에서 1인시위를 하는 시민들이 든 피켓 문구다. 다소 거칠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말해준다.
 
■ 강제집행 종료 후 만선호프와 대화촉구에 묵묵부답 
 
을지OB베어 사태가 또다른 국면으로 접어든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21일 서울 중구 을지로3가 일명 ‘노가리 골목’의 시초인 ‘을지OB베어’가 결국 철거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강제집행으로 갈등이 종식되는 듯했으나 새로운 방식으로 주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강제집행을 당한 최수영 사장이 기존 가게 맞은편 주차장 부지에 임시 판매장을 열고 손님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또 판매가 목적이 아닌 노가리 원조 골목의 사연을 전파하면서 만선호프와 상생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실제 1980년 문을 열었던 가게 셔터에는 붉은색 경고장이 신경의 날을 세웠다. '본건물에 침입하는 자는 형사 처벌대상자가 된다는 섬뜩한 경고였다. 
 
만선호프와 OB베어 측은 길 하나를 띄운 채 날이 선 갈등을 이어가고 있지만, 골목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초여름 밤 한낮의 더위는 길거리 테이블에 놓인 새 맥주잔의 거품과 같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더위는 식혀지고 있다지만 갈등은 여전했다. 뒤쪽에서 상황을 살피는 최수영 사장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수 삼 년 싸움에 십년은 더 세월의 더께가 얹혀 있었다. 
 

   음악회 한켠에 핏켓 든 시민들 

   을지로3가 골목 만선호프 거리 풍경 (사진=은태라기자)

 
을지OB베어공동대책위원회는 강제 철거에 이른 과정을 말한 후 “이 골목은 오래된 크고 작은 여러 가게들의 손 때 묻은 노동과 을지로를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함께 만든 공공의 골목”이라면서 “강제집행으로 이 골목에 11번째 만선호프 간판이 붙는다 한들 이곳은 '만선호프골목'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을지OB베어를 비롯한 이웃가게들이 터를 잡아 반세기 가까이 지켜온 생활의 터전”이라면서 “우리는 이곳에서 백 년 가게 일굴 것이며, 이 골목을 찾아온 손님들이 '한결같다.' 말할 수 있도록 끈질기게 상생을 요구할 것”이라고 각오를 말했다. 
 
한편 을지OB베어는 1980년 12월 6일, 을지로3가 95-5번지에 가게를 개업한 이후 40년간 노가리 골목을 지켜온 시조 가게다. 
 
처음으로 생맥줏집에 노가리라는 안주를 도입하여 노가리 안주 보급화에 기여했다. 현재 중구 노가리 골목 상권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감당했다. 
 
또 이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 미래유산 지정 중소기업벤처부 백년가게에 선정(호프집 최초)되기도 했다.
 
 
법률닷컴 은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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