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는 너그럽고 노동자에게는 가혹한 법과 원칙”

이재상 기자 | 기사입력 2022/06/08 [19:41]

“기업에는 너그럽고 노동자에게는 가혹한 법과 원칙”

이재상 기자 | 입력 : 2022/06/08 [19:41]

▲ 용혜인 의원이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화물연대와 정부의 대화를 촉구했다.   © 이재상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조항 폐지와 확대 적용’을 외치며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정부와 파열음이 거칠다. 파업의 핵심은 ‘안전운임제’로 화물운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한 운임을 결정하고, 이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화물기사들의 ‘최저임금’인 셈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2020∼2022년 3년간 시행한 뒤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이 제도의 일몰제폐지를 주장하는데 이어 확대적용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화물차 기사들의 주장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거칠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선언하자, 총리부터 국토교통부와 경찰까지 모두 나서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늘 아침 하이트진로 공장에서 열다섯 명의 화물노동자가 체포됐다.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관련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국회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용혜인 의원은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유가 폭등과 안전운임제 일몰로 위기에 내몰린 화물노동자의 처지를 뻔히 알면서도, 정부가 나서서 파업에 명분이 없다고 단정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도 모자라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시민들을 ‘엄정 대응’운운하면서 협박하는 것은 헌법을 수호하고 시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가 자신의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계속해서 “기업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노동자들에게는 가혹하기 이를 데 없는 법과 원칙은 공허할 뿐”이라면서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불법과 야만으로 매도하고, 사사건건 기소해 인생을 망가뜨리는데, 재벌들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심지어 묻지마 사면으로 없던 일로 만들어 주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법과 원칙이라는 말을 편한 대로 취사선택하며 법치주의 그 자체를 모욕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을 존중하며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용 의원은 또 “화물연대의 파업은 유가인상 부담을 화물노동자들에게 모두 뒤집어씌우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법인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를 찍고 정유사들은 역대급 실적잔치를 벌이고 있는데, 유가폭등의 부담은 화물노동자들만 짊어지게 되는 건 불합리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들의 소득불안정과 과로를 막고 안전을 확보하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면서 “운영 결과 정책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고 현장에서도 안착되고 있는 만큼, 폭넓게 시행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지금이야말로 국회의 시간”이라면서 “이미 안전운임제 일몰폐지 법안은 발의되어 상임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정부와 화주 그리고 화물노동자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해결의 키는 입법부가 쥐고 있다는 뜻이다. 대립 과정에서 불필요한 충돌과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권력투쟁에 쏠린 시선을 법안 논의로 돌려 신속히 안전운임제와 화물산업 개혁안을 심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후폭풍을 수습하는 어려움은 이해합니다만, 정치의 본령은 바로 이런 민생문제를 해결하는데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따지면서 “노동자 파업을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 이해하고, 레이건 같은 단호한 지도자로 자신을 포장하고 싶은 정치의 욕망에 파업이 활용되면서 비극은 반복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이 같이 지적한 후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고통을 겪고 노동자들은 희생양이 됐다”면서 “국회의 역할이 절실하다. 정부의 강경일변도 대응에 제동을 걸고, 협상 테이블 구성과 법안 논의에 임해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