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수석부장판사 등 고위공직자 무더기 농지법 위반 고발당해

이재상 기자 | 기사입력 2022/06/09 [16:16]

고법 수석부장판사 등 고위공직자 무더기 농지법 위반 고발당해

이재상 기자 | 입력 : 2022/06/09 [16:16]

정선재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사법연수원 20기)의 배우자와 장녀 등이 농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참여연대는 9일 오전 10시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선재 수석부장판사 등의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고발이유를 밝혔다. 

 

▲ 9일 오전 10시 열린 고위공직자 및 가족의 농지법 위반 건 고발 및 농지전수조사 촉구 기자회견 <사진=참여연대> 

 

“농지법 위반 피고발자 6명, 철저히 수사하여 엄중히 처벌해야”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참여연대는 이날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아울러 농지 투기 근절을 위해 각 지자체별로 농지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농지법 위반 및 투기혐의자를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상시적인 조사와 수사가 병행되도록 하는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올해 3월 14일부터 고위공직자들의 농지법 위반 혐의를 고발하는 기획 ‘고위공직자들의 수상한 땅따먹기’를 보도하고 있다. 셜록은 농지를 소유한 고위공직자 중 법관을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장과 시·도의회의원 등의 농지법 위반 혐의를 추적해왔다. 3개월 간의 끈질긴 탐사보도 끝에, 농지법 위반 혐의가 뚜렷한 사례를 선정해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함께 직접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오늘 기자회견 발언자로 나선 참여연대 김은정 협동사무처장은 “작년 3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을 제기하고, 이어 농지법을 위반한 투기 의혹 사례를 조사해 발표하며 광범위한 농지법 위반에 대한 조사와 수사를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LH 사건이 발생한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경자유전’의 원칙과 달리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도 농지를 취득하기가 너무나 쉬워, 투기행위에 누구나 가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작년 LH 사태 이후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정부 특별 합동수사본부’의 대규모 수사가 이뤄졌다”면서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지관리 개선방안’을 내놓고, 국회 역시 농지취득자격 심사를 강화하는 등 농지법을 개정했으나, 농지 투기를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비판했다. 

 

또 “셜록에서 최근 농지를 구입한 고위공직자의 영농 현황을 기획 취재한 결과, 지자체별로 농지 취득과 보유시 영농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지적했다.

 

계속해 “농지 투기를 막기 위한 농지 전수조사 실시와 농지법 위반 및 투기 혐의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상시적인 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와 국회가 부동산 부자 감세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 근절 및 투기이익 환수를 위해 ▲토지초과이득세법 ▲농지법 ▲토지보상법 ▲부동산실명법 ▲과잉대출규제법 등 법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건 취재를 담당했던 진실탐사그룹 셜록 김보경 기자는 “올해 3월 14일부터 고위공직자들의 농지법 위반 혐의를 고발하는 기획 기사, ‘고위공직자들의 수상한 땅따먹기’를 보도하고 있으며, 농지를 소유한 고위공직자 중 법관을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장과 시·도의회의원 등의 농지법 위반 혐의를 추적 취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농지는 농사 지을 사람만 가질 수 있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명시되어 있고, 이런 헌법 정신은 ‘농지는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 환경을 보전하는 데에 필요한 기반이며, 농업과 국민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한정된 귀중한 자원이다.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 이용되어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라는 기본이념으로 녹아져 농지법에 담겨있으나, 농지는 이미 오래 전에 투기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농지 투기와 농지법 위반은 LH 직원, 국회의원, 법관, 고위공무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뤄지고 있으며 이런 의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이번 윤석열 정권 인사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며, “이번 고발 대상자를 포함해 농지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또 “이번 고발을 통해 무너진 공직 사회의 정의를 바로잡고 ‘돌을 황금으로 만들 수 있다’는 농지 투기꾼들의 욕망은 길을 잃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새정부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서성민 변호사는 농지법 위반 피고발인들의 범죄 혐의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서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정선재 수석부장판사의 배우자 김OO와 딸 정◎◎은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에 위치한 농지를 2020년 6월과 2021년 4월에 각각 매입하였는데, 당시 모녀는 농영계획서에 자력으로 고구마, 배추, 잡곡을 심겠다고 기재하여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셜록의 취재 결과, 모녀는 해당 토지를 타인에게 무상으로 임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농지는 본인이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모녀는 농지를 소유할 목적으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고, 이를 임대하거나 무상사용하여 농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상돈 의왕시장과 배우자 차△△는 2006년 7월, 경기도 의왕시 이동에 위치한 농지를 취득 후 현재까지 대리경작하고 있고, 2011년 1월 왕곡동에 위치한 농지의 경우 취득 후 주차장처럼 사용해왔으나 LH 사태가 터진 작년 3월 이후 일부를 밭으로 만들어 농사 짓고 있다. 이는 농지를 소유할 목적으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고, 이를 임대하거나 무상사용하고, 농지를 농지전용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전용하여 농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김상돈 의왕시장의 장남 김◇◇은 작년 LH 사태 이후 2021. 8. 23. 충남 당진시 순성면에 위치한 농지 3필지를 김상돈 시장과 배우자 차△△으로부터 증여받았다. 김◇◇은 본인의 주소지와 증여받은 농지가 83km 떨어져 있음에도 당시 농업경영계획서에 스스로 채소를 심겠다고 기재하였다. 셜록의 취재 결과, 김◇◇은 해당 토지를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김◇◇은 농지를 소유할 목적으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고, 이를 임대하거나 무상사용하여 농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세종시 채평석 시의원은 세종시 부강면에 위치한 농지를 2018년 제3자와 공동 매입했는데, 당시 농지경영계획서에 자력으로 벼를 심겠다고 했다. 그러나 셜록이 취재한 결과, 대리경작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본인 소유 농지를 타인에 임대한 것이다. 채평석 시의원은 농지를 소유할 목적으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고, 이를 임대하거나 무상사용하여 농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후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윤리법, 농지법 등의 법 개정이 이뤄졌으나, 여전히 헛점이 많으며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LH 사태 이후 국민들의 공분이 크게 일어난 상황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공직자와 그 가족들이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아 농지를 구입했다는 것은 농지취득자격 심사와 농지이용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농지취득 및 농지 사용에 대한 관리 감독이 철저히 이뤄지도록 해야하며, 위반 행위 적발시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농지 취득을 비롯한 관리, 감독을 담당하는 지자체의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들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면서 “민선 8기 지방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점인 만큼, 신임 지자체장들의 투기 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농지전수조사를 시행해야한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이 연구원은 새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감세와 규제 완화 조치는 부동산 투기 세력들에게 호재가 아닐 수 없다며 새정부에 농지 및 부동산 투기를 차단할 토지초과이득세 재도입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번 6.1지방선거에서 향후 4년간 지방정부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들이 새롭게 선출되었다며 행정기관이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진실탐사그룹<셜록>은 앞으로 농지법을 위반한 고위공무원을 끝까지 추적·고발할 예정이며, 주거권네트워크와 참여연대는 농지 및 투기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요구 활동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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