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채권 넘긴 후 몰래 받아 챙겨도 형사처벌 대상 아냐"

이재상 기자 | 기사입력 2022/06/24 [05:47]

“보증금 채권 넘긴 후 몰래 받아 챙겨도 형사처벌 대상 아냐"

이재상 기자 | 입력 : 2022/06/24 [05:47]

▲ 대법원     ©이재상 기자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김재형)은 23일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피해자에게 양도하였음에도, 임대인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지 않고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은 후 사용하면서 횡령죄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 대해 무죄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인천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해결하면 되고, 별도로 형사처벌까지 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대법원은 채권을 넘긴 사람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즉 "채권을 넘겼다고 채무자에게 말하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을 넘긴 사람이 채무자로부터 받은 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타인의 재물이 아니다"라며 "채권을 넘긴 사람은 채권을 넘겨받은 사람을 위해 (재물을)보관하는 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지난 2013년 인천에서 건물 1층을 보증금 이천만원에 1년 동안 빌려 식당을 열었다.

 

그런데 A 씨는 그해 말 건물주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B 씨에게 넘겼다. 하지만 A 씨는 건물주에겐 B 씨에게 채권을 넘긴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이를 몰랐던 건물주는 임대기간이 끝나자 A 씨에게 보증금을 돌려줬다.

 

A 씨는 이 돈을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B 씨는 건물주에게 보증금을 받지 못했고, A 씨는 B 씨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검찰은 A 씨를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사건에서 주로 쟁점이 된 것은 A 씨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는지였다.

 

1심과 2심은 A 씨가 B 씨에게 채권을 이미 넘긴 만큼 보증금은 B 씨의 것이라고 판단하고, A 씨의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가 B 씨를 '대신'해 보증금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고, 이 돈을 B 씨의 소유라고 볼 다른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A 씨는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다만 조재연, 민유숙, 이동원, 노태악 대법관은 소수 의견을 통해 기존 판례가 타당하다며 그대로 횡령죄가 성립된다고 밝혔다. 김선수 대법관은 종례 판례대로 횡령죄가 인정되어야 하지만, 이 사안은 기존 판례가 적용되지 않아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 그 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아니라면, 그러한 계약의 불이행 행위를 형사법상 범죄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제한해 온 최근 횡령·배임죄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흐름을 반영하여, 채권양도 영역에서도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재물의 타인성’과 ‘보관자 지위’를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태도를 강화하는 입장을 취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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