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 46살 딸 목졸라 살해한 70대 母 집행유예 선고돼

이재상 기자 | 기사입력 2022/07/23 [02:24]

중증장애 46살 딸 목졸라 살해한 70대 母 집행유예 선고돼

이재상 기자 | 입력 : 2022/07/23 [02:24]

▲ #부산지법 #부산고법 #부산지방법원 #부산고등법원     ©법률닷컴

 

법원이 중증 장애를 가진 46세 딸의 목을 졸라 살해한 70대 모친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형을 선고했다. 오랜 기간 딸을 보살피면서 생긴 고도의 우울증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고 유족들이 선처를 탄원하면서다. 

 

부산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박종훈)는 지난 5월 26일 지적장애 2급 및 시각장애 4급의 장애를 가진 딸 B씨(46세)의 목을 졸라 살해하여 살인죄로 기소된 A씨(74 여)에게 징역 4년의 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신적・신체적으로 취약한 딸을 살해하면서 엄중한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하면서도 딱한 사정들을 밝히면서 집행유예의 형을 선고하는 이유를 상세하게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먼저 “피고인은 피해자의 치료 및 특수교육 등을 위하여 ****학교에서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도록 하는 등 여느 부모 이상 노력해왔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피해자는 수시로 피고인을 괴롭히고 때리며 기분이 나빠지면 자해까지 하는 등 심각한 지적 장애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학교를 졸업한 후 1993년경 ‘**직업재활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잦은 돌발행동 및 무단이탈 등으로 적응하지 못하자, 피고인은 그 무렵부터 2014년경까지 매일 피해자를 데리고 위 재활원에 등・하원하면서 피해자가 재활원 생활에 적응하게끔 도왔고, 2015. 3.경부터 2020. 2.경까지 피해자가 취업한 ‘*****’이라는 회사에 함께 출・퇴근하면서 시각장애로 눈이 잘 보이지 않는 피해자를 대신하여 대부분의 일을 하는 등 오랜 기간 피해자와 동행하면서 피해자의 사회 활동을 도왔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피고인은 자신보다 몸무게가 20㎏ 가량 많이 나가고 지적 장애가 심각한 피해자를 부양하던 중 2016. 3.경 극도로 건강이 나빠져 병원을 방문한 결과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그 무렵부터 2020. 7. 23.경까지 지속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병원에서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다”면서 “피고인은 수시로 가족들에게 ‘사는 것이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가족들은 피고인을 피해자로부터 분리하기 위하여 2017. 4.경 피해자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하였으나, 피해자가 위 병원에서도 돌발행동을 하는 등 적응하지 못하자 일주일만에 퇴원조치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다시 피해자를 부양하였다”고 사건에 이르게된 배경을 말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0. 2.경 코로나 사태로 피해자의 직장인 ‘*****’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어 더 이상 출근할 수 없게 되었고, 피해자가 사회복지기관의 등록도 거절한 채 집에만 있으려 하자, 피고인은 외출도 하지 못한 채 집에서 피해자와 24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피해자를 돌보아야 하였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이어 “그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의 우울증이 극도로 악화되었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우울증으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합리적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직후 자신도 다량의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복용한 후 스카프와 노끈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는 방식으로 자살하려고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였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피고인의 가족이자 피해자의 유족들은, 피고인이 오랜 기간 전적으로 피해자를 보살피면서 겪었을 극심한 스트레스와 슬픔을 호소하며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면서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고, 스스로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을 자책하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앞으로 자신의 자녀를 살해하였다는 죄책감과 회한을 안고서 남은 생애를 살아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같이 판단한 후 “피고인은 현재 만 72세의 노인으로서 앞서 본 고도의 우울증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질병으로 신체적인 건강 또한 징역형의 집행을 오롯이 감내하기에는 벅차 보인다”면서 1심을 파기하고 집행유예의 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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