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법안!] 영웅을 영웅으로..계류된 '순직 의무군경의 날 제정' 법안 통과 될까?

윤재식 기자 | 기사입력 2023/01/10 [10:52]

[어!이 법안!] 영웅을 영웅으로..계류된 '순직 의무군경의 날 제정' 법안 통과 될까?

윤재식 기자 | 입력 : 2023/01/10 [10:52]

 [기자 주] 민주화 이후 첫 국회인 지난 13대 국회에서 570건의 법안이 발의 된 이후 매 국회마다 의원 발의 법안 건수가 급증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총 2만3047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최대 4만 건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많은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지만 그중 최종 처리되는 법안은 절반 수준도 안 되는 34.97% (20대 국회 기준)에 그치고 있다. 결국 많은 법안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계류되고 결국 폐기되고 있다는 말이다. 법률닷컴에서는 [어! 이 법안!]을 통해 발의되는 법안 중 우리 정치와 사회를 위해 꼭 처리됐으면 하는 법안들을 자세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Please know that he died a hero but more importantly he lived hero.

(그는 영웅으로 죽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영웅으로 살았었다는 것을 알아달라)

 

해당 문구는 2009년 제작된 케빈 베이컨 주연의 <Taking Chance>라는 영화에서 나온 것이다.

 

▲ 영화 <챈스 일병의 귀환 (Taking Chance)> 영화 포스터  © HBO

 

이 영화는 20049월 이라크에서 19세의 어린 나이로 전사한 미 해병대 챈스 펠프스 (Chance Phelps) 일병의 유해를 유족에게 운구하는 책임을 맡았던 마이클 스트로블 해병 중령이 신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다.

 

제목인 ‘Taking Chance’챈스 (Chance)라는 이름의 병사를 집까지 데려간다(Taking)는 의미와 함께 기회를 잡는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2004년 이라크 전 당시 젊은 병사들에게 전쟁을 맡기고 자신은 안전한 본국에서 전략분석을 맡고 있던 것에 대한 자괴감을 가지고 살고 있던 마이클 스트로블 중령이 전사자 명단에서 자신과 출신지가 같은 19살 챈스 펠프스 일병을 발견하고 그의 유해를 유족이 있는 곳까지 운구하는 임무에 자원해 이를 실행하는 과정을 담담히 보여준다.

 

그 과정 속에 스트로블 중령을 비롯한 미국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챈스 일병이 입고 있는 정복의 한 점 흐트러짐이 없을 정도로 최대한의 예우를 표하며 국가를 위해 순국한 군인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준다.

 

해당 영화는 전투장면 하나 나오지 않지만 미군이 항상 승리하는 그 어떤 전쟁 영화보다도 미국이란 나라의 위대함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 상태인 우리나라 역시 이런 순직군경에 대한 예우를 강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다양한 국가유공자 관련 기념이 지정돼 정부 지원으로 추모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전등 북한의 서해도발 사건을 기억하고 순국한 전사자들을 기리기 위해 매년 3월 넷째 주 금요일은 서해 수호의 날로 지정해 기리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특정한 사건으로 전사한 순국자들 이외에 국가를 위해 병역 의무를 하던 중 훈련 등으로 사고를 당해 희생한 순직군경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는 무관심한 상태이다.

 

이렇게 희생당한 순직군경들은 한국전이 끝난 1953년 이후 비공식 추산 87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아직도 매년 약 100명 정도가 순직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들을 위한 정부차원의 공식 추모 행사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순직군경의 유가족들 50여명이 구성돼 만든 대한민국 순직군경부모유족회등이 민간차원에서 매년 4월 마지막 주에 이들을 추모하는 정도다.

 

▲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지난 2021년4월23일 광복회관에서 열린 순직군경의날 추모식에 참석한 모습  © 김영호 의원 블로그

 

이에 국회에서도 지난 2020년 630일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에 의해 순직군경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안이 대표 발의되기도 했다.

 

해당법안은 국가의 수호와 안전보장,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를 위해 직무를 수행하거나 교육 훈련 중에 사망한 순직군경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4월 넷째 주 금요일을 순직군경의 날로 지정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순직군경의 날 기념식과 그 의의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민병덕 의원실 제공

 

이후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지난 2021년 1112일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며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도 같은 해 1214일에 동일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도 순직 의무 군경의날 제정 법률안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이다.

 

현재 국가보훈처는 특정 신분에 대한 기념일은 없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여야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관련 법안 발의에 지난 1013일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순직 군경의 날 및 기념행사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설 의원 측은 그동안 순직군경 유족회의 주도로 국회에서 여러 차례 순직군경을 추모하는 기념일 마련을 위한 제정법 등이 발의되고 관련 행사도 진행되어 왔다면서 그러나 진전이 없는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중 순직한 사람은 직업군인 등과 별도로 그 희생과 공헌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추모행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 역시 병역법에 따라 징집 또는 소집되어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중 사망한 순직군경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기 위하여 매년 4월 넷째 주 금요일을 의무복부 순직군경의 날로 정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기념행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중)     ©윤재식 기자

 

설 의원은 그동안 순직군경의 날 제정을 촉구하는 행사를 국회에서 여러 차례 진행했고 관련법들도 많이 발의되어 왔다면서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순직군인들을 추모하는 기념일, 기념행사가 반드시 진행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21대 국회에서만 벌써 수차례 발의된 관련 법안들을 임기 1년 조금 남은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어 국가를 위해 영웅으로 살고 영웅으로 순국한 군경들이 끝까지 영웅으로 예우 받게 되는 초석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률닷컴 윤재식 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