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주] 민주화 이후 첫 국회인 지난 13대 국회에서 570건의 법안이 발의 된 이후 매 국회마다 의원 발의 법안 건수가 급증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총 2만3047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최대 4만 건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많은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지만 그중 최종 처리되는 법안은 절반 수준도 안 되는 34.97% (20대 국회 기준)에 그치고 있다. 결국 많은 법안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계류되고 결국 폐기되고 있다는 말이다. 법률닷컴에서는 [어! 이 법안!]을 통해 발의되는 법안 중 우리 정치와 사회를 위해 꼭 처리됐으면 하는 법안들을 자세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지난 2일 정치계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축으로 발의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알권리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법안은 정정보도가 청구된 기사를 최대30일까지 차단하는 내용으로 국가인권위는 이를 사실상 ‘사전 검열’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해당 개정안은 구체적으로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나 권리 침해 등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조정신청을 받으면 정정보도청구등을 받은 해당 기사에 대한 접근을 30일 이내로 차단하는 임시조치를 취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리고 중재위원회 및 언론사등은 임시조치 등을 산 사실을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게재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인권위는 이와 관련해 “조정이 신청됐다는 이유만으로 선제적으로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헌법에서 금지하는 사전 허가 검열과 유사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면서 “시의성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언론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내용에만 문제가 있어도 전체 언론 보도의 유통을 금지하게 되므로 과잉 제한에 해당한다”면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과 ‘법익의 균형성 측면’ 그리고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접근권 제한 등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 뿐 아니라 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관련 단체들도 ▲언론의 정당한 취재 행위 위축 ▲정치인들에 의한 오남용 ▲국민 알권리 침해 등을 야기 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인권위의 이번 의견이 ‘정무적 판단’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앞서 국가인권위는 지난달 12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해당 법안에 대한 입장을 논의할 당시 남규선, 김용원, 이충상 상임위원은 ‘언론자유 침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국민의힘 추천으로 지난해 10월 상임위원에 임명된 이충상 위원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인권위가 중립을 지켜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경우가 몇 년에 한 번이라도 있긴 있어야 하고,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것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몇 년에 한 번이라도 있긴 있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 위원은 또 인권위 의견서를 작성하는 사무처 실무진 측에도 “민주당이 좀 아파해야 할 것을 반대해야 한다”면서 “이거(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의견 해도 민주당이 많이 아파할 것 같지 않다. 좀 졸속으로 만든 입법안 같다는 느낌이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원들 사이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인권위가 인권의 관점에서 판단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으며 반대를 표명한 남규선 위원도 ”오늘 이 안건은 어느 당 의원이 발의했는지 보지도 않았고, 봤더고 하더라도 누가 발의했느냐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이번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 등 같은 당 김의겸, 김태년, 노웅래, 신정훈, 어기구, 윤재갑, 윤준병, 이원택, 이인영, 전해철, 주철현, 최종윤 의원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인 김홍걸, 이성만 의원 등 총 15명과 함께 해당 법을 발의한 것이라 이충상 위원의 당시 발언으로 이런 의혹이 생긴 것이다.
아울러 해당 법안을 발의한 측에서는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예로 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의 경우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가 확산되었을 때, 피해자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사실을 소명하면, 30일 이내에서 임시 차단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해 피해자들을 빠르게 보호하고 있다.
일각에서 이런 임시 차단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으나 헌법재판소는 개인의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의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30일 이내에서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법률닷컴 윤재식 기자 <저작권자 ⓒ 법률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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