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거나 판매한 회사가 피해 소비자에게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온 가운데 정치권에서 국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앞서 지난 9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위탁제조업체인 한빛화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심에서 지적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는 가습기 살균제에 PHMG를 사용한 설계상의 결함이 존재하고, 충분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안전하다고 광고하여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하며, 피해자가 가습기 살균제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였는데도 폐질환 등 신체에 손상을 입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는 피해가 가습기 살균제의 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판단을 확정한 것.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안을 거부하는 등 피해구제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조차 외면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이러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의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10일 논평을 통해 이날 원심내용을 전하면서 “이는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여부에 대해 ‘가능성 낮음’(3 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최초로 인정한 판결로 그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안을 거부하는 등 피해구제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조차 외면했다”면서 “대법원의 판결은 이러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의 행태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계속해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등록된 피해구제 신청자는 2023년 10월 말 기준으로 1,835 명의 사망자를 포함하여 7,877명에 달한다”면서 “그러나 12년이 지났음에도 우리 사회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와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 · 판매사는 이번 판결로 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라”면서 “또한,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형사재판 항소심에서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의 노출과 건강피해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올바른 판단을 하여 많은 생명과 건강을 앗아간 물질을 제조·판매한 기업에 엄중한 책임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 같이 말한 후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성의한 답변으로 대응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간절한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조치를 미룰 수 없다. 정부는 하루빨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권고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고 국가의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진보당 홍희진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대법원 판결 내용을 전한 후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위험을 속이고 해로운 살균제를 팔아 이득을 취한 기업들, 부실한 독성실험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 하지만 옥시, 애경산업과 같은 일부 기업은 피해자 구제급여를 위한 사업자 분담금을 내지 않겠다고 통보하거나 지금까지 낸 분담금을 돌려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참사 피해로 이미 세상을 등졌거나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기는커녕 반복해서 고통을 가하는 행태”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에 앞장섰던 환경보건시민센터 성명서에서 ‘사법적 판단이 너무나 느리게 진행된 사이 수많은 피해자가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라는 말이 뼈아프게 와닿는다. 피해자 찾기, 건강피해확인, 기업과 정부책임 진상규명, 재발 방지 등 하루빨리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제대로 해결될 수 있도록 진보당이 함께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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