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에 신축했으니 지은 지 30년이 훌쩍 넘은 단독주택이고 1층 면적은 약 30평 규모다.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하고 수서역 역세권이라고 하지만 집은 지은 후 30년이 넘도록 한 번도 내부 수리를 하지 않아 벽지, 싱크대나 보일러 등이 너무 낡아 실내 주거환경은 엉망이다.
문제는 이 단독주택과 관련해 형제간의 유산 분배문제가 민사소송으로 번진 가운데 법원에서 감정인을 지정해 받은 감정서의 임료 금액이 터무니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법원 지정 감정평가사사무소 소속인 A감정인은 강남구 자곡동에 있는 해당 단독주택 중 1층(99.88㎡)에 대해 2017.4.28.부터 2021.11.11.까지 월임료에 대한 감정을 수행한 후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감정서에 따르면 해당 부동산의 2017.4.28.부터 2018.4.27.까지의 임료는 64,300,000원, 2018.4.28.부터 2019.4.27.까지의 임료는 66,200,000원 2019.4.28.부터 2020.4.27.까지의 임료는 68,200,000원, 2020.4.28.부터 2021.4.27.까지의 임료는 70,000,000원, 2021.4.28.부터 강제집행으로 인도가 된 2021.11.11.까지의 임료는 39,000,000원으로 총 307,700,000원으로 산정되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남선미)는 이 같은 감정서를 근거로 지난 6월 20일 오빠 B 씨가 여동생 C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소 사건에서 7,75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021.1.21.부터 2021.11.11.까지의 임료로 5,760여만원을 인정했다. 여동생이 이 기간 동안 30평 남짓한 1층에 거주한 임료는 월 593만원이라고 판단한 것.
하지만 법원 A감정인의 감정가 액과는 달리 여동생 C씨가 자문을 구한 또 다른 D감정평가사는 수리 후 해당 건물의 감정가액으로 월 160만원이라고 감정하면서 문제가 불거진다. 수리 전에는 10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부동산을 놓고 감정가액이 무려 여섯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
이같이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뭘까? 또 법원 감정인 A씨와 여동생 C씨가 자문을 구한 감정인 D씨의 감정평가는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이고 객관적일까?
원가방식(적산법)과 비교방식(임대사례비교법) 어떤 차이?
판결문을 살펴보면 두 감정평가사의 가장 큰 차이는 임료 산정방법이었다.
감정방식은 ▲원가방식(적산법) ▲수익방식(수익분석법) ▲비교방식(임대사례비교법) 등 세 가지다.
이 가운데 법원 감정인 A씨는 원가방식인 ‘적산법’으로 평가했다. 이에 반해 여동생이 자문을 구한 감정인 D씨는 비교방식인 ‘임대사례비교법’으로 평가했다.
법원 감정사는 원가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일반기업경영에서 총수익이 산출되는 수익성 부동산이 아니기에 수익분석법의 적용은 제한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사례 포착이 곤란하고 임대사례가 존재한다고 해도 임대계약의 특수성, 계약 내용의 신뢰성 확보 문제 등으로 임대사례비교법의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적산법 임료 산출과정을 통해 임료를 평가했다”라고 밝혔다.
법원 감정사의 이 같은 설명에 D감정사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즉 “(법원 감정사의 설명은)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이런 식으로 판단하면 대부분의 임료 평가는 적산법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임대료를 감정평가할 때에 임대사례비교법을 적용해야 한다(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제22조).’라는 감정평가 법령의 기준을 무시하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임대사례비교법은 세 가지 방식 중 가장 실증적인 수법으로 임료 평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가장 설득력이 있고 대부분의 물건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래서 임대사례비교법 적용이 적정하지 않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대상 물건의 종류 및 성격에 따라 적산법 또는 수익분석법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가격 거품이 심한 부동산이나, 현재는 일정한 운용수익이 없어도 향후의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로 인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토지(ex, 서울 강남의 개발제한구역 내 부동산) 등에 대해 적산법으로 임료를 산정하는 경우, 현실과 엄청나게 괴리된 임료가 산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이 강조한 후 “그래서 가장 현실적이고 실증적인 임대사례비교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물론 개인정보 보호 등의 문제로 인해 임대사례의 포착이 어렵다는 측면은 있지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자료 등과 인근 부동산 업소 등을 통해 일정 정도 자료 조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처음부터 임대사례비교법을 배제한 판단은 잘못됐다”라고 지적했다.
D감정사는 이어 임료 평가액 도출 과정에 대해 “평가방법의 결정 이후 토지, 건물의 기초가격을 산출하는 과정으로 채워지며 그 이후 관련 법률 등에서의 기대이율, 정기예금 이율, 국고채 시장금리, 한국감정평가협회 ‘보상평가지침’상의 기대이율 적용 기준율표 등을 언급한 후 기대이율 3.0% + 필요 제경비 0.5%를 적용하여 임료평가액을 산정한다”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인근에 거래된 사례를 통해 기초가격을 현실에 맞게 산정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현실에 맞는 기대이율을 적용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매우 아쉬운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또 “관련 자료수집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적산법을 적용하여 임료평가를 진행하더라도 본건과 같은 주거용 건물의 경우, 광범위한 임장활동이나 인터넷 임대매물 조사 등을 통해 거래 가능한 전세보증금 수준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근 지역에서 적용되는 전ㆍ월세 전환률을 조사함으로써 현실 수준에 맞는 임료 산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과정이 생략됨으로써 현실과 상당히 괴리된 허무한 감정평가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같이 분석한 후 인터넷을 통해 찾았다면서 임대매물 사례를 소개했다.
즉 자곡동에 있는 비교 부동산은 1km 남짓 떨어져 있다. 지층이 98.73㎡ 사용승인은 1992.5월이었다. 여기에 더해 이 부동산은 수리공사 후 입주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전세보증금은 4억원에 불과했다. 전·월세 전환율로 따지면 월 임료는 훨씬 좋은 조건임에도 160만원에 그쳤다.
D씨는 이처럼 비교한 후 “인터넷을 통해 찾은 임대매물과 본건을 비교하면 (법원감정사의)임료평가액이 얼마나 현실과 괴리된 것인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청역 근처 임대매물 사례도 제시했다.
즉 대청역 근처의 비교 부동산은 2층 건물 중 1층 98.94㎡(사용승인 일시 미상)이다. 보증금 1억원/월세 130만원이다. 월세 매물 그대로 계약한다고 전제할 때 인근 부동산 전․월세 전환률(월 0.4%로 조사됨)을 적용하면 월 임료는 170만원에 그쳤다.
D씨는 이같이 또 다른 사례를 든 후 “임대 매물사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확인하지 못해 상세한 비교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비슷한 규모의 건물임을 감안하면 인근 지역 내 정상적인 임료수준 확인에 도움이 될 듯하다”라고 말했다.
법원 감정사인 A씨 보다 여동생이 자문을 구한 D감정사가 더 객관적이고 현실에 들어맞게 감정했다고 판단되는 부분이다. 항소심에서는 제3의 감정사에게 의뢰하는 새로운 감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여동생 C씨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7월 6일 항소장을 접수했다. 공은 이제 항소심 법원으로 넘겨졌다.
여동생 C씨는 “부모님 소유 자곡동 주택에서 30년 이상 부양하며 17년간 간병하느라 젊은 시절을 희생하고 60세를 훌쩍 넘겨 홀로 살고 있는 동생을 오빠가 강제집행으로 쫓아냈다”면서 “그런 후 지은 지 35년 된 낡은 주택 1층에서 기거했다면서 임료로 하루 20만원씩 월세를 책정하여 3억 7백만원이라고 거액을 감정했다. 이 같은 허위 과대 감정은 법원 판결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재감정을 통해 바로 잡는 것이 법의 정의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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