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시강(弱而示强) '약자가 강한 것처럼 한다'

이정랑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0/05/18 [20:00]

약이시강(弱而示强) '약자가 강한 것처럼 한다'

이정랑 칼럼니스트 | 입력 : 2020/05/18 [20:00]

 

 

『백전기법』 「약전 弱戰」을 보면 이런 대목이 눈에 띈다.

 

전투에 임하여 적이 많고 아군이 적으며 적이 강하고 아군이 약하면, 반드시 깃발 따위를 많이 세우고 솥을 많이 늘려서 아군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과시한다. 그리하여 적으로 하여 아군의 숫자와 전력의 강함과 약함에 대한, 판단을 어렵게 하면 적은 쉽게 싸우지 못할 것이다. 이때 빨리 퇴각하면 전군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손자병법』 「세편 勢篇」에서는 “강약은 형(形)”이라는 대단히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있다. 이른바 시형법(示形法)은 약하면서도 강하게 보이거나 강하면서도 약하게 보이는 ‘가상(假像)’을 창조해 내는 방법이다. 이는 전쟁에서 수도 없이 사용된 대단히 유용한 책략이다.

 

전쟁은 힘겨루기인 동시에 지혜의 겨루기다. 일정한 물질적 기초 위에서 상대에게 이기려면, 전쟁터의 상황에 따라 알맞은 ‘시형법’을 취함으로써 적을 속이거나 유혹하여 물리칠 수 있는 계략을 터득해야 한다.

 

『자치통감』 「한기 漢紀」41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서기 115년, 강족(羌族)이 한 왕조의 통치에 반발하여 무도(武都-지금의 감숙성 성현 서쪽)를 공격해왔다. 등태후(鄧太后)는 우허(虞詡)가 장수로 서의 자질이 뛰어나다고 판단, 그를 무도 태수로 임명했다.

 

우허는 군사 3천을 이끌고 진창(陳倉-섬서성 보계)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강족 군대와 마주쳤다. 우허는 세력 면에서 열세에 놓인 것을 알고 진군을 멈추게 하고는, 조정에서 구원병을 보냈으니 구원병을 기다렸다가 함께 무도를 공격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와 동시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원병을 기다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모습을 본 강족은 군대를 나누어 부근의 각 현을 약탈하기 시작했다.


우허는 강족의 군대가 흩어진 틈을 타서 이틀 거리에 해당하는 1백여 리를 하루 만에 행군하는 한편, 병사들로 하여 각각 두 사람분의 식사를 짓게 하고 그 양을 매일 두 배로 늘려나갔다. 강족은 구원병이 도착한 것으로 오인하여 감히 진격해 들어오지 못했다. 한 부하가 우허에게 물었다.

 

“손빈은 줄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늘리고 있으니 무슨 까닭입니까?”

 

우허는 이렇게 대답했다.

 

“적은 숫자가 많고 아군은 숫자가 적다. 적이 우리의 취사도구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분명 우리 병력이 증원되었다고 판단, 감히 쳐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그 옛날 손빈은 일부러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 우리는 그 반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상황이 그때와 다르기 때문이다.”

 

우허는 취사용 솥을 늘리는 방식으로 강족의 군대를 벗어나 순조롭게 무도군 경내의 적정(赤亭-지금의 감숙성 성현 서남)에 이르렀다. 그런데 느닷없이 1만에 달하는 강족 군에 포위당해 열흘 밤낮을 대치하게 되었다.

 

여기서 우허는 이전과는 반대로 일부러 약한 모습을 보이는 계략을 썼다. 병사들에게 멀리 나아가지 않는 약하고 작은 활을 사용하게 하여 강족 군대가 한군을 시시하게 여기고 공격해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예상대로 강족의 군대가 진군해오자 우허는 강한 활을 쓰는 궁수 20명을 선발해 목표를 정확하게 겨누어 일제히 발사하게 했다. 강족은 많은 사상자를 내고 후퇴하고 말았다.

 

우허는 때를 놓치지 않고 추격하여 다시금 강족을 격파했다. 다음날 우허는 이번에는 강하게 보이는 ‘시강법(示强法)‘으로 적을 현혹하였다. 3천 명에 불과한 병사들을 서문을 나서 북문으로 들어오게 하고, 다음날에는 장비를 바꾸어 남문을 나가 북으로 들어오게 했다. 이렇게 몇 차례 반복하고 나니, 강족은 성 안에 병력이 많은 것으로 착각하여 지레 겁을 먹고 철수할 준비를 했다. 이러한 낌새를 눈치챈 우허는 정예병 5백을 골라 밤을 틈타 강족을 공격해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무도는 안정을 되찾았다.

 

우허는 두 번씩이나 ‘이약시강’을 활용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용병법에서는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책략이라도 상황이 다르면 결과도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 성공 여부는 ‘운용의 묘 마음(심리)에 달려 있다’고 했듯이, 장수가 때와 장소 그리고 적의 상황과 형세에 따라 어떻게 계략을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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