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패위성(因敗爲成)' 패배로 말미암아 승리를 이룬다

이정랑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0/10/20 [07:04]

'인패위성(因敗爲成)' 패배로 말미암아 승리를 이룬다

이정랑 칼럼니스트 | 입력 : 2020/10/20 [07:04]

 

 

『자치통감』 「진기 晉紀」에 나오는 일이다.

 

303년 7월, 진(晉)의 하간왕(河間王) 사마옹(司馬顒)은 도독 장방(張方)으로 하여 함곡관(函谷關-지금의 하남성 영보 경내)에서 낙양으로 진공케 했다. 진의 혜제(惠帝)는 좌장군 황보상(皇甫商)을 시켜 이 공격을 막도록 했다. 몇 차례 전투를 치른 끝에 황보상은 패배했고 장방은 승기를 몰아 낙양으로 진군해왔다. 이에 황보상은 혜제에게 몸소 출전할 것을 권했다. 혜제는 황보상의 말을 받아들였다.

 

장방이 이끄는 관병들은 멀리서 혜제가 앉아 있는 수레를 보자 겁을 먹고 뒷걸음질을 쳤다. 장방이 제지했으나 소용없었다. 장방의 군대는 크게 패하여 사상자가 길거리에 넘쳐흐를 정도였다. 장방은 성 서쪽으로 후퇴하여 다리 부근에 주둔했다. 부대의 사기는 이미 깎일 대로 깎여 있었고 모두들 밤을 틈타 도망갈 준비만 하고 있었다.

 

장방은 부하들을 격려했다.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지상사다. 용병을 잘하는 자는 패배를 성공으로 이끄는 자라 했다. 지금은 오히려 더욱 전진하여 보루를 만들고 불의의 기습을 가하는 것이 좋은 묘책일 것이다.”

 

장방은 야밤을 이용하여 곧장 낙양성 밖까지 전진한 다음 보루를 쌓고 진격해 들어갔다. 대승을 거둔 황보상은 장방이 이미 걱정할 만한 존재가 못 된다고 판단, 경계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오히려 장방에게 크게 당하고 말았다.

 

이 계략은 불리한 형세에서 적이 승리에 들떠 경계를 늦춘 틈을 타 기습을 가함으로써 패배를 승리로 바꾸는 것이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다. 용병과 전투에 능한 장수는 실패 속에서도 승리의 계기를 발견할 줄 안다. 『손자병법』 「허실편」에는 “적의 허와 실에 따라 전략을 변화시켜 오로지 승리를 취하는 자를 용병의 신이라 한다.”는 구절이 있다.

 

『병뢰』 「인 因」에서는 “무릇 병이란 그 ‘인(因)’을 소중하게 여긴다. ‘인’이란 적의 승리를 ‘인’으로 삼아 극복하는 것이며, ‘인’을 잘 살펴 승리를 굳히면 완전하다. 3대의 보물 중 이 ‘인’만한 것이 없다. 무릇 ‘인’의 이치를 알면 무적”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패배로 말미암아 승리를 창출한다.’는 ‘인패위성’은 ‘적의 상황 변화에 근거하여 그에 알맞은 책략을 사용해서 승리를 얻는‘ ’인적제승(因敵制勝)‘ 이라는 원칙의 구체적인 수법이다.

 

기원전 205년, 한 왕 유방은 팽성(彭城-지금의 강소성 서주로, 항우의 도읍이었다)을 공략한 다음 성대한 연회를 열어 승리를 축하하느라 전투 준비를 소홀히 하고 말았다. 항우는 팽성이 함락되었다는 보고를 듣고 즉각 정예부대 3만을 이끌고 황급히 달려와 경계가 허술한 한 군을 대파하고 팽성을 되찾았다. 이 전투에서 유방의 아버지 태공(太公)과 처자식이 포로로 잡혔고, 유방 자신도 자칫하면 포로가 될뻔했다.

 

이 계략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유리한 측면을 고려하여 수동적 상황을 능동적 상황으로 변화시킬 것을 요구한다. 물론 실패할 때마다 매번 ‘인패위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계략의 성공에는 조건이 따른다. 즉, 자신에 의해서 결정 날 뿐 아니라 적에 의해서도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실패한 후 ‘인패위성’을 운용하고자 할 때는, 적이 승리한 이후에 자신이 ‘진정한 승리를 거두었는지’ 다시 생각하고, 더욱 방비를 철저히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인패위성’은 ‘지피지기’와 ‘적의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통제하는’ ‘인적제승(因敵制勝)’의 계략을 잘 활용하여, 기회를 엿보면서 행동하는 데 그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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