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를 협박해 장기간 동행·감시하며 대출과 휴대폰 개통 등을 통해 금품을 빼앗은 이른바 ‘합의금 빌미 강취’ 사건에서, 공범들(B·C·D)에 대해서는 특수강도 및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감금)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를 범행 장소로 불러내는 역할을 한 사람(A)에 대해서는 특수강도 방조만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나상훈)는 2026년 1월 13일 선고한 2024고합143 사건에서 B에게 징역 4년, C에게 징역 3년 6개월, D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가 인정한 범행은 2019년 3월 18일 새벽 서울 성동구의 한 주차장에서 시작됐다. A가 피해자 F를 불러낸 뒤, 피해자가 A에게 신체접촉을 하자 B·C·D가 폭행을 시작하고 테이프로 손발을 묶어 차량에 태우는 방식으로 감금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후 야산으로 이동해 흉기 협박이 이어졌고, 피해자는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취지로 굴복했다고 판단됐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대출을 받게 하거나 현금을 인출하게 하고, 휴대폰(아이폰) 개통까지 하게 하는 방식으로 대출금 합계 1,300만원 및 휴대폰 1대(구입가 180만원 상당)를 강취한 것으로 인정됐다. 범행은 2019년 4월 3일 무렵까지 이어진 것으로 재판부는 봤다.
A는 ‘공동정범’인가 ‘방조범’인가
이 판결의 핵심은 A의 역할 평가다. 검찰은 A도 특수강도 및 공동감금의 정범(공동정범)으로 기소했지만, 재판부는 A가 범행 전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며 기능적 지배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A에 대해 새벽 시간대 인적이 드문 장소로 피해자를 불러낸 점, 이동 중 공범들의 통화 등을 통해 금품 강취 계획을 알게 되고도 피해자에게 경고하지 않은 점, 피해자의 신체접촉 장면이 빌미가 되도록 결과적으로 기회를 제공한 점 등을 들어 특수강도 실행을 용이하게 한 행위(방조)는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A가 범행 종료 시점(2019. 4. 3. 무렵)까지 구체적인 실행행위를 분담했다거나 감금 범행까지 예견·공모했다고 볼 증거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특수강도 ‘정범’ 및 공동감금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B·C·D는 “단순 다툼이었다”, “대출·개통은 몰랐다”, “피해자와 친구처럼 다녔다”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핵심 부분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점, 통화내역, 금융거래, 기지국 위치 등 객관 자료와 맞물리는 점, 피해자가 즉시 모든 정황을 완벽히 기억하지 못하더라도(시간 경과) 전체적으로 기억에 충실한 진술을 한 점 등을 종합해 공범들의 변소 신빙성을 낮게 봤다.
특히 감금 부분과 관련해 재판부는 “행동의 자유 제한은 물리적 구속뿐 아니라 심리적·무형적 압박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 취지를 원용하며, 피해자가 공공장소를 일부 오갔다는 사정만으로 감금이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를 범행 주도자로 보면서 각목·흉기 사용 등 폭력성, 장기적 강취 의도, 범행 후 태도(납득 어려운 변명)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봤다.
C·D는 장기간 동행·감시하며 대출 실행과 인출, 체크카드 사용 등 강취 실행에 깊게 관여한 점이 중하게 평가됐지만, 폭행·협박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볍고 전력이 없는 점 등이 참작됐다.
A는 “피해자를 불러내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하면서도, 객관적 사실 상당 부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실행 전 과정의 역할 분담이 뚜렷하지 않은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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