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의 한 다세대주택 지하 주차장에서 손수레 위 폐지 더미에 불을 붙여 화재를 낸 피고인에게 법원이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불길은 주차장과 건물 내부로 확산됐고, 그 결과 입주민 2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동식)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및 현주건조물방화치상 사건에서 피고인 A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하고, 압수물 1점을 몰수하도록 했다.(2026. 1. 30 선고 2025고합592)
지하 1층 필로티 주차장서 발화…출입구와 직결된 구조
사건은 2025년 8월 12일 밤 11시 50분대 발생했다. A씨는 다툼을 겪어온 이웃 주민 E 소유의 손수레가 지하 1층 주차장에 놓인 것을 보고, 손수레에 실린 폐지 더미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기로 마음먹었다.
해당 건물은 필로티 구조의 지하 주차장을 통해서만 공용출입구로 출입이 가능한 형태였고, 주차장은 전면을 제외한 3면이 막힌 구조였다. 이런 구조적 특성상 불길이 번질 위험이 크고, 대피로를 사실상 차단할 가능성도 높았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실제로 불을 붙였는지, 그리고 현주건조물방화의 고의(미필적 고의 포함)*가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발화지점이 손수레·폐지 더미로 특정된 점 △CCTV 영상에서 피고인이 손수레 인근에 머무는 동안 불빛이 두 차례 반짝이는 장면이 확인되는 점 △영상분석 결과 및 현장 재현실험에서 종이에 ‘불이 붙어야’ CCTV에 불빛이 잡힌다는 점 △종이·상자류가 훈소(불꽃 없이 서서히 타들어감) 후 유염착화로 커질 수 있다는 실험·감정 결과 등을 종합해, 피고인이 전기라이터로 폐지에 불을 붙였고 그 불이 화재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측은 “만취 상태의 과실” “방화 고의 없음” “영상의 기술적 한계” 등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불빛의 위치·형태가 흡연 동작과 다르고 ▲후레쉬 빛과 다른 색온도·형태로 관측된 점 ▲범행 전후 정황(검색, 동선, 진술 번복 등)을 근거로 변소를 배척했다.
2명 사망·13명 상해…“죄책 매우 무거워”
화재로 건물 거주자 가운데 66세 남성 1명은 일산화탄소 중독 및 전신 3도 화상으로, 68세 여성 1명은 화상쇼크로 숨졌다. 또 20대~80대 피해자 13명이 호흡곤란, 화상, 심장정지 후 소생 등 다양한 상해를 입었다. 재산 피해도 건물 및 동산 소훼 등으로 발생했다.
재판부는 “이웃과의 사소한 다툼이 계기가 돼 일면식도 없는 다수에게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초래했다”며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다만 사망·상해 결과까지 적극적으로 의도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봉사·기부 이력, 전과가 중하지 않은 점, 건물 구조적 취약성 등은 ‘기타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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