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가운데 상당 부분을 취소했다. 재가노인복지시설이 급식 제공과 전문인배상책임보험 가입 기준을 일부 위반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환수처분을 받은 사안에서, 법원은 공단의 처분 사유 중 일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장기요양기관 운영자 A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2024구합84424)에서, 공단이 2024년 10월 2일 A에게 한 1억7753만310원의 환수처분 가운데 1억1486만7860원 부분을 취소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고 밝혔다. 판결 선고일은 2025년 12월 18일이다.
이번 사건은 울산 중구에서 재가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원고 측이, 공단의 현지조사 이후 조리원 미배치, 인력추가배치 가산기준 위반, 전문인배상책임보험 가입기준 위반 등을 이유로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급식 제공 방식이 조리원 인력배치기준 위반에 해당하는지, 둘째는 요양보호사의 근무시간 및 연차휴가 사용이 인력추가배치 가산기준 위반인지, 셋째는 전문인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적법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먼저 급식 문제와 관련해 일부는 공단 손을, 일부는 원고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국과 반찬은 외부업체로부터 공급받으면서도 밥은 기관 안에서 직접 지어 제공한 것은 ‘급식 전량 위탁’이 아니라 ‘부분 위탁’에 해당한다고 봤다. 따라서 이 경우 조리원을 두지 않은 것은 인력배치기준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일요일 급식 제공 문제에 대해서는 판단이 달랐다. 재판부는 관련 규정상 조리원 인력배치기준은 해당 월의 공휴일, 근로자의 날, 토요일을 제외한 근무가능일수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동안 위탁급식을 제공받았다면 일요일에 위탁급식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조리원 배치기준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즉, 일요일 미위탁급식만을 근거로 한 환수는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인배상책임보험 문제에서도 법원은 원고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공단은 보험증권에 기재된 전문인 수보다 실제 근무한 요양보호사 수가 일부 많은 날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법령상 요구되는 보험 가입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실제 전문인 수가 증권상 인원을 일부 초과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수급자 전원에 대한 보상이 불가능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기요양기관의 전문인 수는 휴가와 근무일정, 수급자 수 변화에 따라 수시로 달라질 수 있고, 이런 변동이 즉시 보험계약 해지나 보상 거절 사유가 된다고 볼 객관적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험사가 전문인 수 증가를 이유로 보상을 거부한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판단에 반영됐다.
다만 요양보호사 B의 연차휴가 초과사용과 관련한 인력추가배치 가산기준 위반 부분은 인정됐다. 원고 측은 B가 연차를 취소하고 실제 출근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출근부 서명, 현지조사 당시 사실확인서, 제출된 사진과 진술서의 신빙성 등을 종합할 때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미발생 연차를 미리 사용한 경우에도 대표자와 종사자 간 사전합의, 종사자 요청, 돌봄 공백 부재 등 요건이 충족돼야 근무시간으로 인정되는데, 이 역시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원고 측은 또 2023년 말 개정된 고시를 들어 일부 직종이 인력배치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직종의 인력추가배치 가산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수처분은 제재가 아니라 부당이득반환 성격의 처분이므로 행정기본법상 유리한 변경 규정의 소급 적용 대상이 아니고, 개정 고시 역시 원칙적으로 장래에 대해서만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공단이 1차 환수예정 통보 이후 원고의 의견 제출을 받은 뒤 환수 예정 금액을 더 늘린 점에 대해서도, 법원은 추가 확인된 위반 사실에 따른 조치일 뿐 의견 제출을 이유로 불이익을 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신뢰보호원칙 위반이라는 원고 측 주장도 배척했다.
결국 재판부는 전체 환수금 1억7753만310원 가운데, 일요일 위탁급식 미제공만을 이유로 한 인력배치기준 및 인력추가배치 가산기준 위반 관련 1억760만8740원과 전문인배상책임보험 관련 725만9120원 등 총 1억1486만7860원은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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