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문제 해결을 요구해온 시민사회가 이재명 대통령의 첫 베트남 국빈 방문을 앞두고 ‘보편적 인권 원칙’을 베트남전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20일 성명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넘어 평화의 상징이 되어야 할 한·베 정상의 만남이 과거의 상처를 외면한 채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가자지구와 중동 정세를 언급하며 “오늘날 민간인 희생의 비극은 60여 년 전 베트남에서 벌어진 역사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오는 21일 예정된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이 단순한 경제·외교 성과를 넘어, 과거 전쟁의 상흔을 평화의 교훈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이어온 만큼, 이번 방문이 역사적 책임 문제까지 포함하는 성숙한 관계로 나아가는 시험대라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그간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상 규명과 피해 회복을 요구해 왔으나, 정부가 이에 대해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5년 1만 명 시민 청원과 피해 생존자의 상고 취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식 입장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과거 대통령의 “베트남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발언 역시 “실천 없는 수사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법부 판단과의 괴리도 문제로 제기됐다. 퐁니·퐁녓 학살 사건 피해자인 응우옌티탄이 제기한 소송에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국가 책임을 인정했지만, 정부가 상고를 유지하며 소송을 장기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이를 “사법부 판단을 사실상 부정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지연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최근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강조해 온 ‘보편적 인권’ 원칙 역시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이스라엘 전쟁범죄를 비판하며 강조한 인권 원칙이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과거 외교당국이 ‘베트남이 사과를 원치 않는다’는 논리로 책임을 회피해왔지만, 베트남 정부는 이미 실질적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민간인 학살 사실의 공식 인정과 명확한 사과 ▲국가배상소송 상고 취하 및 실질적 배상 ▲한·베 공동의 평화 이정표 수립 등을 요구했다.
시민사회는 “이번 방문이 ‘세일즈 외교’를 넘어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고 진정한 평화 공동체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며 “양국 정상이 세계를 향해 전쟁 중단과 인권 존중을 함께 선언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품격을 보여주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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