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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4년만에 비의료인 문신 시술 첫 합법 판단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26/05/21 [16:42]

대법원, 34년만에 비의료인 문신 시술 첫 합법 판단

추광규 기자 | 입력 : 2026/05/21 [16:42]

▲ 대한문신사중앙회 자료사진     ©법률닷컴

 

비(非)의료인의 미용 문신 시술을 더 이상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역사적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4년간 유지돼 온 기존 판례를 변경하면서 국내 문신 산업과 미용업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비의료인 문신 시술자 2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각각 서울서부지법과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실상 무죄 취지 판단이다.

 

이번 판결은 지난 1992년 대법원이 눈썹 문신 시술을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라고 판단한 기존 판례를 34년 만에 변경한 것이다. 그동안 해당 판례는 비의료인 문신 시술자들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핵심 근거로 활용돼 왔다.

 

이번 사건의 피고인 가운데 1명은 서울 용산구 소재 미용실에서 두피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또 다른 1명은 경기 성남시의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레터링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 재판부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만장일치로 기존 법리를 수정했다. 재판부는 “문신 행위는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다”며 “통상적인 미용 문신이나 서화 문신은 질병의 예방·치료와 직접 관련 없이 시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문신 시술은 미적 감각과 기능, 경험이 중요한 영역으로 반드시 의료인 수준의 의학 전문지식이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의료 환경 변화와 사회 인식 변화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의료기술 발전과 의료 접근성 향상, 보건위생에 대한 국민 인식 수준이 과거와 현저히 달라졌다”며 “문신은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연스럽게 접하는 문화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문신 시술을 개인의 자기표현과 행복추구권 측면에서 접근했다. 대법원은 “문신 시술을 받을 것인지 여부는 자신의 신체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자유로운 선택의 영역”이라며 “비의료인 문신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일반적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내년 10월 시행 예정인 이른바 ‘문신사법’과도 맞물려 주목된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문신사법은 일정 자격을 갖춘 비의료인 문신사에게 합법적인 시술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대부분의 문신 시술이 비의료인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법과 현실의 괴리”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전국 하급심에서 엇갈리던 문신 관련 재판 기준도 상당 부분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문신 시술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상해를 입히는 경우 등은 여전히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등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며 무제한적 허용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내 문신 산업의 제도권 편입 논의도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의료계와 문신업계, 미용업계 간 새로운 제도 정비 논의 역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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