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사망하기 전 배우자가 미리 예금을 인출한 행위에 대해 법원이 사기와 사문서위조 혐의를 인정하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원은 “상속이 개시되기 전에는 자신의 상속분이라 하더라도 임의로 인출할 권한이 없다”며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했다.
수원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박건창)는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사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판결 선고는 지난 4월 9일 이뤄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2월 남편 B씨와 혼인신고를 한 뒤, 남편이 중환자실에 입원해 의식저하 상태에 빠진 시점부터 은행을 돌며 남편 명의 계좌에서 거액을 인출하거나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A씨가 2021년 10월 25일부터 29일까지 남편 명의 출금전표를 위조해 총 1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인출하거나 이체했다고 판단했다. 이 가운데 5억1874만 원 상당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가 적용됐다. 또 증권사 직원에게 남편 계좌의 주식 전량 매도 및 예수금 이체를 요구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포함됐다.
A씨 측은 재판에서 “남편이 생전에 재산 처분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했고, 인출 금액도 자신의 상속분 범위 내였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망인이 피고인에게 재산 전부를 증여하거나 포괄적 처분 권한을 위임했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피고인이 망인의 생명이 위중한 상태를 인지한 직후 단기간에 10억 원이 넘는 돈을 자신의 계좌 등으로 이동시킨 것은 재산을 선점하려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원은 상속 개시 전 배우자가 자신의 상속분을 이유로 재산을 미리 취득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상속지분은 다른 상속인들과의 협의나 생전 증여분 등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것”이라며 “상속 개시 이전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상속지분 상당액을 임의로 취득할 정당한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일부 금액을 장례비용 등에 사용했고, 상당 부분이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특별수익으로 반영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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