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을 장애인일자리사업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한 정부 지침에 대해 “장애를 이유로 한 직접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한편, 관련 지침 삭제까지 명령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재판장 최욱진)는 장애인 A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 차별 구제 청구’ 소송(2024가합86459)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이 원고에게 531만4540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2025년 장애인일자리 사업안내」 중 일부 차별 조항을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장애인일자리사업에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을 참여 제외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2024년 사업안내에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의 신청 자체를 배제하고, 참여 중 장기요양등급을 받으면 즉시 사업 참여를 중단하도록 명시돼 있었다.
원고 A씨는 심한 뇌병변장애를 가진 장애인으로, 2024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자로 선발돼 동료상담 업무를 수행하던 중 만 65세가 되면서 장기요양등급 심사를 받았고, 장기요양 1등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수행기관은 사업안내 지침에 따라 A씨를 퇴직 처리했다.
재판부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장애인을 구별해 일률적으로 사업 참여를 배제한 것은 장애를 이유로 한 직접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장기요양등급 판정 여부와 장애인일자리사업 수행 능력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근로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실제 원고 역시 등급 판정 직전까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며 “근로능력에 대한 개별 판단 없이 일률적으로 배제한 것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 측은 “한정된 예산과 일자리 규모를 고려할 때 선별 기준이 필요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차별을 방지하고 실질적 평등권 실현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판부는 보건복지부가 2025년 사업안내에서 기존의 ‘장기요양등급 판정자 참여 배제’ 조항을 삭제한 점을 두고 “피고 스스로 2024년 사업안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2025년 사업안내에 새롭게 포함된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의 근로 가능 여부 확인’ 및 ‘장기요양등급 적정성 조사 가능성 고지’ 조항 역시 차별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해당 내용 삭제를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장애인 복지·고용 정책에서 획일적인 기준 적용이 차별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장애인의 노동권과 자립생활 보장 측면에서 향후 유사 제도 개선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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