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법원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숨진 20대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며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다.
울산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송재윤)는 망인 문모 씨의 부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등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망인은 2022년 12월 마을버스 회사에 입사해 운전기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약 한 달 만인 2023년 1월 19일 근무 중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소뇌 뇌내출혈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다가 같은 달 23일 사망했다. 사인은 뇌출혈로 인한 심폐정지였다.
유족들은 산업재해보상보험에 따른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유족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공단이 산정한 업무시간 계산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차량 운행 전 점호와 차량 점검, 운행 종료 후 주유와 차량 정리 등도 업무시간에 포함해야 한다고 봤다. 또한 새벽 시간대 출근에 따른 신체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 같은 요소를 반영할 경우 망인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약 60시간에 근접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망인은 사망 전 4주간 주당 평균 58시간 53분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전 배달업 근무 당시보다 업무량이 2배 가까이 증가한 점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마을버스 운전 업무의 특수성에도 주목했다. 짧은 배차 간격으로 충분한 휴식시간 확보가 어렵고, 사고 발생 시 향후 이직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높은 긴장 상태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또한 망인이 사망 당시 만 27세로 비교적 젊었고, 과거 심혈관계 질환 진료 이력이 없었던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법원이 의뢰한 감정에서는 비만과 흡연, 이상지질혈증 등이 위험요인으로 지적됐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개인적 위험요인만으로 업무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업무환경 변화, 근무시간과 강도, 업무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망인의 업무 수행이 뇌출혈 발병과 사망을 가속화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도 공단이 부담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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