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태죄 폐지 후 5년 넘게 이어진 입법 공백이 사회적·법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임신 36주 차 산모에게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시행한 뒤 태아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병원장에게 검찰이 2심에도 실형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용석 부장) 심리로 어제 (2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병원장 윤 모 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150만 원을 구형했다.
또 산모 권 모 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집도의 심 모 씨에게는 징역 4년을 각각 요청했다.
앞서 1심에서는 윤 씨는 징역 6년과 벌금 150만 원, 11억 5천여만 원 추징, 아동 관련 기관 5년 취업제한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윤 씨가 병원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낙태 수술을 조직적으로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윤 씨는 2022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브로커를 통해 527명의 환자를 소개받아 총 14억 6천만 원을 취득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윤 씨와 심 씨는 2024년 6월 임신 34~36주 차인 유튜버 권 씨에게 제왕절개 수술을 한 뒤, 태아를 사각포로 덮어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윤 씨는 진료기록부에 ‘출혈 및 복통’으로 허위 기재하고 태아 사산으로 꾸몄으며, 논란이 되자 사산 증명서까지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 씨는 수술 후 유튜브에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고,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수사가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형법상 낙태죄(제269조·제270조)는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020년 12월 31일 입법 시한이 지나면서 2021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임신부의 자기낙태와 의사의 낙태 시술은 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입법 공백이 5년 이상 지속되면서 법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모자보건법은 여전히 임신 24주 이내에서 제한적으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지만(우생학적·유전적 질환, 강간·근친상간, 모체 건강 위협 등), 후속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임신 주수별 명확한 기준이 없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임신 후기(36주)인 경우, 태아가 모체 밖에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되면 형법상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다. 1심 재판부도 “국회의 개선입법 부재로 규범적 공백과 혼란이 발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윤 씨 측 변호인은 “임신중절 허용 범위에 대한 사회적·입법적 합의가 없어 법과 제도가 미비하다”며 집행유예를 요청했다. 권 씨 측은 “임신 중지를 원했을 뿐, 아이의 죽음까지 용인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윤 씨는 최후진술에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한 생명 앞에 사죄드린다”며 미혼모 지원 활동으로 남은 삶을 살겠다고 호소했다. 권 씨도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사과했다.
2심 선고 공판은 추후 열릴 예정이다.
법률닷컴 윤재식 기자
#낙태 #병원장 #실형 #신생아 #경영난 #임신중절 <저작권자 ⓒ 법률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