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이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돼 소년법상 보호처분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가해학생 조치를 별도로 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송재윤)는 지난 6월 4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학생 A가 제기한 소송(2025구합5504)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사건은 초등학교 재학 당시 발생한 것으로 지목된 강제추행과 유사성행위에 대해 피해 학생이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해당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판단해 가해학생에게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 학급교체, 특별교육 6시간 이수 등의 조치를 의결했고, 교육지원청은 이를 처분으로 통보했다.
반면 경찰은 같은 사안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 소년부에 송치했고, 이후 가정법원에서는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결정했으며 현재 항고심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
원고는 "학교폭력예방법 제5조 제2항은 성폭력에 대해 다른 법률의 규정이 있는 경우 학교폭력예방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는 만큼 해당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법 제5조 제2항의 입법 취지에 대해 "성폭력 사건은 다른 법률에 따른 절차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분이 이뤄지는 경우 학교폭력예방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성폭력처벌법은 형사처벌 또는 소년보호처분을 예정하고 있는 별도의 법률인 만큼, 해당 법률에 따라 절차가 진행되는 성폭력 사건에는 학교폭력예방법을 중복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전보, 근무장소 변경, 전학 지원, 법률상담 등 다양한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어 학교폭력예방법 적용이 배제되더라도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학교폭력예방법상 가해학생 조치는 형벌이 아닌 행정처분이지만, 침익적 행정처분인 만큼 근거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행정청의 실무나 내부 지침만으로 법 적용 범위를 확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적용 대상인 성폭력 사건은 학교폭력예방법 적용 대상이 아님이 명확하다"며 "이미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소년보호처분 절차가 진행 중인 사건에 학교폭력예방법상 조치를 병과할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결정은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하고, 처분사유의 사실관계나 증거의 신빙성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할 필요 없이 처분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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