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대금을 모두 받은 뒤 상가를 담보신탁에 맡겨 수분양자들에게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아 17억 원대 피해를 입힌 시행사 대표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죄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형량 산정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별도로 진행된 사기 사건의 확정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양형한 것은 법리상 잘못이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인천 연수구에서 부동산 개발 및 분양업체를 운영하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수분양자들과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모두 받은 뒤에도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건물 준공 이후 수분양자들에게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은 채 각 호실을 담보로 약 15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기 위해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회사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수분양자들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했고 피해 규모는 약 17억 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급심은 A씨가 이미 다른 배임 사건으로 징역 4년을 확정받은 점을 고려해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규정을 적용, 동시에 재판을 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성을 반영해 형량을 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양형 과정에서 중요한 심리가 빠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이번 사건으로 기소되기 이전 이미 별도의 사기 사건으로 공소가 제기된 상태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만약 해당 사건에서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다면 이 사건 역시 후단 경합범 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 만큼, 해당 판결의 선고 및 확정 여부를 먼저 확인한 뒤 형량을 결정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형법 제37조 후단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범죄와 그 판결 확정 이전에 저지른 다른 범죄를 후단 경합범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39조는 이 경우 여러 사건을 동시에 재판했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별건 사기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확정됐는지를 심리한 뒤, 그러한 판결이 존재한다면 동시에 재판을 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 형을 정했어야 한다"며 "이 같은 심리 없이 항소를 기각한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A씨의 배임 혐의 자체에 대한 유죄 판단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은 별건 사기 사건의 확정 여부와 후단 경합범 해당 여부를 다시 심리한 뒤 형량을 새롭게 결정하게 된다.
이번 판결은 별도의 형사사건이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경우 양형 과정에서 후단 경합범 관계를 빠짐없이 심리해야 한다는 기준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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