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가 지난 5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서울구치소장에게 노인 수용자 등 건강 취약 계층에 대한 징벌 제한과 건강 상태 확인 강화 등 관리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이 같은 권고는 지난해 4월 서울구치소에서 정신질환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던 60대 수용자 사망사건은 장기간 과도한 금치 징벌로 인해 건강권을 침해받았다고 판단하면서다.
이와 관련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가 환영하고 나섰다.
단체들은 인권위 권고내용을 전한 후 “우리 단체들은 이번 권고가 노인·정신질환자 등 교정시설에서 특히 취약한 처지에 놓여 있는 수용자들의 건강권 보장과 이들에 대한 징벌·보호장비·진정실 남용 방지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사망 당시 68세로 2022년 4월 인천구치소에 수용되었다가 2022년 11월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피해자는 2023년 4월 14일 오전 6시 27분 수용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근무자에 의해 발견되어 6시 33분 응급차에 실려 6시 44분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6시 57분 사망 선고를 받았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심장사’로 나왔다. 우리 단체들은 피해자가 사망 전 소란행위를 이유로 관구실로 끌려가 수갑과 금속보호대, 쇠사슬 등으로 묶여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피해자가 보호장비 남용으로 사망했는지 여부, △보호장비의 남용이 피해자의 사망 원인은 아니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부상 또는 질병 등 보호장비 착용의 후유증을 겪고도 적절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른 것인지 여부, △소측의 수용관리가 느슨할 수밖에 없는 취침 시간대에 이미 피해자의 병세가 악화되었으나 소측의 과실로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기상 점검에서야 발견함으로써 이른바 ‘골든 아워’를 놓친 것은 아닌지 여부, △교도관이 피해자를 발견한 후 적절한 응급조치를 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법무부장관과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2023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우리 단체들은 이번 조사 결과에 드러난 서울구치소의 징벌·보호장비·진정실 남용, 정신질환 수용자에 대한 열악한 의료처우에 경악한다”면서 “첫째, 피해자에게 장기간의 조사수용과 징벌, 진정실 수용 조치가 취해졌음이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인천구치소에서 87일간, 서울구치소에서 136일간 조사수용 및 금치 징벌을 받음으로써 약 1년의 수용 기간 중 223일간 독방에 갇혀 있었다. 또한 인천구치소에서 금속보호대와 뒷수갑 등으로 2차례, 서울구치소에서는 금속보호대와 발목보호장비 등으로 6차례 묶여 있기도 했다. 인천구치소 보호실에서는 116시간, 서울구치소 진정실에서는 30시간 동안 수용됐다. 조사 과정에서 동료 수용자는 ‘최초 6하에 있을 때는 운동장에서 뛰어다닐 정도로 건강이 좋았으나 2023년 3월 7하에서 만났을 때는 갑자기 늙었다고 느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고 기력이 없어 보였다’고 진술했다. 보호장비 착용과 금치 징벌 등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건강이 지속적으로 악화하면서 결국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 “둘째, 징벌의 원인이 된 규율 위반 행위가 피해자의 정신질환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징벌 절차에서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혼잣말을 하거나 식기를 변기통에 담가 설거지를 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구치소 징벌위원회는 정신건강 전문의로부터 징벌 부과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받지 않았고, 피해자 대상 5회의 징벌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외부위원 또한 전 교정공무원과 전 경찰공무원 등이었으며, 위원 중에 정신건강 전문의도 없었다. 징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간사가 징벌 사유에 대해 언급하면 피해자의 개별적 상황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의나 검토 없이 기계적으로 징벌을 의결하는 절차가 지속되었다고 한다. 이는 ‘소장은 징벌대상행위가 징벌대상자의 정신병적인 원인에 따른 것으로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징벌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의사의 진료, 전문가 상담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소장은 징벌대상행위에 대한 조사 결과 그 행위가 징벌대상자의 정신병적인 원인에 따른 것이라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이유로 징벌위원회에 징벌을 요구할 수 없다’라는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0조 제4항과 제5항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단체들은 또 “셋째, 피해자는 인천구치소에서는 분노조절장애와 우울증 등에 대한 진료와 투약을 받아 왔으나, 서울구치소로 이송된 후 이입 진료에서 피해자의 정신병력 이력을 조회하는 절차가 생략된 채 문진만으로 ‘정신건강 상태 이상없음’으로 진단 받음에 따라 일반거실에 수용되었고, 직후 진료에서도 고혈압·당뇨 등 처방만 실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정신증의 발현으로 인한 소란행위 등으로 장기간 조사수용 및 연속 금치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수용동 관리근무자들은 피해자가 폭력성이 높은 특이 수용자였다면 의무과에 연계해 정신질환 진단 및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했어야 할 필요성이 보여지나 실제로는 어느 누구도 그러한 절차를 수행하지 아니하였’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의 견해를 밝힌 후 “우리 단체들은 법무부가 사망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징벌 제도와 정신질환 수용자 의료 처우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면서 “▲15일을 초과하는 장기 금치 징벌 폐지 ▲연속 금치징벌 또한 최장 15일로 제한 ▲정신질환으로 인한 규율 위반에 대해서는 징벌 처분을 기계적으로 반복할 것이 아니라 건강권 강화로 대처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 필요”등을 주문했다.
앞서 8월 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구치소 정신질환 수용자 사망 사건에 대한 5월 31일자 결정에서 건강취약계층 수용자(노인, 정신질환, 만성질환 등)를 사망 또는 건강악화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장기금치가 수용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국제권고기준에 부합하는 연속금치 금지 방안을 검토할 것 △노인수용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조사수용, 금치, 보호장비 사용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 또는 마련할 것 △건강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정신 또는 지체장애 수용자, 기타 건강취약 계층 수용자에 대해 독거구금 형태의 징벌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시행할 것 등을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구치소장에게 △정신질환 또는 정신질환 의심 수용자에 대한 징벌 시, 징벌위원회에 정신건강전문의 또는 정신건강 전문가 등의 의견을 참조하여 징벌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 △보호장비 사용 등 불이익 처우 시 의무관에 의한 건강상태 확인을 강화할 것 △법무부 ‘보호장비 사용관련 개선사항(2020. 7.)’에 따라 정신질환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수용자의 경우 보호장비 착용이나 진정실 수용 과정에서 신체활력징후 측정 등 건강상태 확인을 철저히 할 것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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