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주] 지난 21대 국회에서 총 2만5857건 법안이 발의됐고 이중 9478건이 처리됐다. 그러나 전체 법안의 2/3에 달하는 나머지 1만6379건 법안은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발의 건수 폐기 건수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주화 이후 유래 없이 극심했던 여·야 간 대립이 이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22대 국회에서도 여·야 간 정쟁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률닷컴에서는 [어! 이 법안!]을 통해 이런 정치적 쟁점이 되는 법안은 물론 이런 법안들에 묻혀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주목이 필요한 다른 법안들도 살펴보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지난 5월 30일 서울고등법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원심 판결인 위자료 1억 원, 재산분할 665억 원보다 대폭 늘어난 위자료 20억 원과 재산분할로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SK그룹 총수로 막대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은 세기의 이혼 소송이라고 불리며 매번의 재판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지분은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는 결과였다. 재판 과정에서 노 관장 측에서 주장한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그룹 성장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SK그룹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 전 대통령의 특혜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권력의 중심에 있을 당시인 1980~1990년대 SK그룹은 석유와 이동통신분야로 사업을 확장했고 현재는 해당 분야가 그룹의 핵심 사업 계열사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약 300억 원의 비자금이 당시 SK그룹 총수였던 최 회장의 아버지 최종현 전 회장에게 전달돼 사업의 밑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항소심에서도 노 관장 측은 이 부분을 강하게 주장했다.
법원도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 전 회장에게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된다”며 노 관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이번 판결의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이 계속해 주목을 받으며 진행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련한 내용도 덩달아 관심을 끌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생전 전두환 씨와는 다르게 추징금을 완납 한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추가로 숨겨둔 비자금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옥숙 씨는 지난 2016년~2021년까지 147억 원의 거액을 기부했는데 별다른 소득활동이 없는 김 씨가 거액을 6년여 간 기부한 것에 대해 자금 출처가 숨겨둔 비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구체적인 실명과 금액이 기재된 904억 원 규모의 김옥숙 씨 메모가 공개되면서 은닉자산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두환 씨 역시 최근 손자 전우원 씨가 밝힌 것처럼 아직도 환수되지 못한 거액의 비자금의 존재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 씨의 추징금 2205억 원 중 867억 원이 여전히 추징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지난 2일 전두환 노태우 은닉자산 몰수와 추징 할 수 있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불법적으로 축척한 막대한 재산을 가진 전두환, 노태우 같은 헌정질서 파괴범죄자들이 이미 사망하거나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제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도 몰수 및 추징할 수 있도록 몰수재산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범죄행위자의 사망 등의 이유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에는 불법적으로 축적된 재산이라 하더라도 몰수나 추징을 하기 어려운 현행법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 의원은 “과거 법원은 전두환, 노태우 씨에게 유죄를 내리며 추징을 선고했으나 이들이 축척한 막대한 금액의 비자금 중 일부는 여전히 파악도 환수도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개정안이 5공, 6공 불법 자금을 단 한 푼도 남김없이 끝까지 추적하고 추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률닷컴 윤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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